새끼 손가락은 굽어 있었다…미녀 골퍼, 유현주의 진심
성호준의 골프인사이드
이듬해 KLPGA 출전권을 놓고 벌이는 시드전의 상위권은 대부분 아마추어 국가대표 엘리트나 1부 투어에서 시드를 잃은 유명 선수들의 차지다.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선수가 3위에 오르자 다들 “유현주가 누구야”라며 놀랐다.
그로부터 13년이 흘렀다. 올 시즌 KLPGA 드림 투어(2부 투어)에서 활약 중인 유현주를 최근 경기도 수원 골프장 연습장에서 만났다.
유현주는 “그때는 별로 두려움이 없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아) 어차피 보너스로 얻은 기회라는 느낌도 있었다”고 말했다.
유현주는 그해 KLPGA 세미프로, 정회원 테스트를 모두 통과했고 시드전에서도 상위권에 올라 거침없이 1부 투어로 진출했다. 그해 시드전에서 함께 합격한 안송이·박주영 등은 KLPGA의 주요 선수들이 됐다. 유현주는 그들과는 다른 길을 갔다.
2012년 KLPGA 투어에서 유현주는 상금랭킹 73등으로 시드를 잃었다. 73등이라면 루키 성적으론 그리 나쁜 건 아니다. 그런데 유현주는 다시 시드전을 보고 불합격하자 미련을 두지 않았다. 유현주는 “그만두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느껴졌다”고 했다.
경기도 안산 고잔고등학교 골프팀에서 운동할 때 사정이 좀 좋아졌다. 유현주의 가능성을 눈여겨본 골프팀 감독인 박찬우 프로가 레슨비를 거의 받지 않고 그를 가르쳤다.
박 프로는 “다른 아이들은 보통 9시에 나오는데 현주는 새벽에 나왔다. 밤늦게까지 그냥 시간만 때우는 학생도 많았지만, 현주는 뭐라도 제대로 하려고 눈에 불을 켜고 연습했다”고 말했다. 유현주는 “고등학교 때 제 별명이 독사였다”고 했다.
그래도 부족한 건 많았다. 필드 경험이 적었다. 대회도 1년에 4~5번 정도만 나갔고 연습 라운드 없이 대회에 나갈 때가 태반이었다. 유현주가 겨울에 전지훈련을 간 건 프로가 되기 직전 딱 한 번뿐이었다. 그때는 교장 선생님이 도움을 줬다.
그렇게 어렵게 1부 투어에 올라갔는데 왜 그렇게 쉽게 포기했을까. 유현주는 “다시 드림 투어로 내려가면 스폰서가 없어진다. 부모님이 직장을 그만두고 저만 바라보시는 상황도 부담스러웠다”며 “살면서 가장 괴로웠던 시기가 그때였다”고 털어놨다.
유현주는 투어를 그만두고 레슨을 했다. 큰 연습장에서 일할 수도 있었지만, 당시엔 사람을 만나 대하는 게 자신이 없어 조그마한 지하 연습장에서 레슨을 했다. 2014년과 2015년 KLPGA 투어에 유현주의 기록은 없다. 한국 여성 골퍼 중 최고 인기 스타 중 한 명이며 가장 많은 스폰서를 둔 유현주의 흑역사 아닌 흑역사다.
다시 골프를 시작한 지 7년여가 지났다. 아직은 이렇다 할 성적이 없다. 2016년과 2017년 1부 투어에서 뛰었지만, 상금랭킹은 하위권이었다. 2020년 다시 출전권을 얻었지만, 역시 성적이 좋지 않았다. 이후 유현주는 KLPGA 1부 투어 출전권을 따지 못했다.
유현주는 “과거엔 나에게 투자할 환경이 아니었다. 이제는 경제적인 자유를 얻어 골프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필드 경험을 충분히 쌓고, 다른 걱정 없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에서 한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성호준(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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