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신사도 당했다"…공정위, 올리브영 '갑질' 들여다본다
3일 공정위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무신사에 제품을 납품하는 한 화장품 브랜드 구매담당자 A는 최근 올리브영의 B 팀장에게 전화를 받았다. B 팀장은 “무신사가 9월에 여는 ‘뷰티 페스타’에 참여하면 앞으로 각오하라. 올리브영에선 제품을 빼는 것으로 알겠다”고 압박했다. 결국 A는 준비했던 페스타 참여를 취소했다. ‘을’인 화장품 브랜드 입장에서 ‘갑’인 올리브영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A뿐 아니라 여러 업체가 최근 비슷한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를 받은 공정위는 사건을 처리할지 검토 중이다.
문제는 올리브영이 지난해에도 비슷한 행위로 한 차례 공정위 제재를 받았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납품업체에 대해 행사 독점을 강요한 혐의(대규모유통업법 위반)로 올리브영에 과징금 18억9600만원과 시정 명령을 부과하고,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판촉행사를 진행하며 행사가 있는 달과 전월에 경쟁 드럭스토어(일반의약품과 화장품·생활용품·식음료 등을 파는 잡화점)가 행사하지 못하도록 화장품 업체에 단독 납품을 요구한 행위 등에 대해서다. 올리브영은 “문제가 된 부분은 시스템을 이미 개선했거나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쿠팡은 “CJ올리브영이 쿠팡의 뷰티 시장 진출과 성장을 방해하기 위해 중소 납품업자를 대상으로 쿠팡을 향한 납품·거래를 막는 ‘갑질’을 수년간 지속했다”고 공정위에 신고했다.오프라인 드럭스토어 시장에서 올리브영의 시장점유율은 70%가 넘는다. 네이버쇼핑·쿠팡 등 온라인몰을 포함한 화장품 시장에서 올리브영 점유율은 10%대다.
최근 올리브영이 무신사를 견제하는 배경에도 업종별 경계가 흐려진 플랫폼 경쟁이 있다. 패션 전문 플랫폼으로 시작한 무신사는 최근 화장품 카테고리를 강화하고 있다. 화장품과 패션 소비층이 겹치는데, 이익률은 화장품이 훨씬 더 높아서다. 화장품의 경우 계절 영향이 덜해 패션보다 연중 고른 매출이 나오는 것도 장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분야 화장품 매출은 1년 전보다 16.3%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패션 상품 판매는 9.6% 줄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새로운 갑질 증거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며 “납품업체에 대한 강제성이 명확하면 같은 혐의로 다시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환(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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