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고시엔의 진짜 피날레
“여러분들이 있었기에 최고의 응원이 가능했습니다. 감사만으론 부족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후배들에게 뜨거운 추억, 부탁합니다!”지난달 23일 일본 효고현 ‘고교야구 성지’로 불리는 고시엔 구장. 일본 전국 고교야구대회 결승전이 한국계인 교토국제고의 승리로 경기가 끝나자, 응원 북을 끌어안고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던 야마모토 신노스케(3학년) 응원단장이 모자를 벗어들고 손을 모았다. 우렁찬 인사가 향한 건 교토산업대부속고 관악부(管樂部) 학생들. 중·고교 도합, 학생이 180여 명에 불과한 교토국제고엔 응원가를 연주해줄 관악부가 없다. 그러다 보니 같은 지역 타학교 학생들이 불볕더위에도 무거운 악기를 들고 와 매 경기 옆자리에서 ‘우정 응원’을 해준 것인데, 이에 대한 감사를 표한 것이었다.
야마모토는 야구 선수를 꿈꿨다. “여기라면 나도 성장할 수 있겠다”는 꿈을 품고 교토국제고에 입학했다. 선수복을 입고, 맹훈련했지만 출전 선수 명단에 들 순 없었다. 건강이 좋지 못했던 탓이다. 고교 3학년의 마지막 여름. 일본의 여느 고교 3학년생이 대입 시험에 몰두할 때, 그는 응원단장이 돼 고시엔에 섰고, 목이 터져라 응원했다. 시상식 피날레까지 끝까지 지켜본 뒤 그가 교토산업대부속고 관악부에 정중히 ‘뜨거운 추억’을 ‘앞으로도’ 부탁한 건, 그날이 고교 야구선수로서의 마지막 날이었던 탓이다. 야마모토의 인사가 끝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이번엔 교토산업대부속고 관악부 리더인 고바야시 스키(3학년)양이 나섰다. “오늘 응원 정말 즐거웠습니다. 일본 제일, 정말 멋집니다. 응원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학생들은 서로를 향해 허리를 숙여 감사하다는 말을 주고받고, 박수를 보냈다. 교토로 돌아가는 버스에 오르기 전, 두 학교 학생들은 “일본 제일, 해냈다”를 외치며 환한 얼굴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고시엔 경기가 막을 내린 지 일주일이 흘렀다.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대통령의 축하 메시지보다, 장관의 축하 인사보다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건 고시엔 조연이지만 주연 같았던 10대 응원단장과 관악부 대표의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모습이었다. 결과에 상관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본 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의연함과 자신감이 이들의 말 속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교토국제고의 우승이 한국서도 화제다. 106회나 열릴 정도로 고시엔이 사랑받는 데엔 입시 지옥, 학원 뺑뺑이가 아닌, 이런 10대들의 성장 드라마가 있다는 걸 한국의 어른들이 한 번쯤돌아봐 주면 어떨까.
김현예 한국 중앙일보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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