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동훈·이재명, 정치 정상화로 가는 첫발 뗐다
대표 회담서 합의한 민생 과제 해결 만전 기해야
첫술에 배부를 순 없어…계속 만나 협의 이어가길
우선 양측은 민생 공통 공약을 함께 추진할 협의기구를 운영키로 했는데, 만시지탄이나마 여의도 정치가 정상화로 가는 첫발을 뗀 셈이다. 발표문에 포함된 ▶반도체 산업, AI 산업,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을 위한 지원 방안 마련 ▶가계와 소상공인 부채 부담 완화 ▶육아휴직 확대를 위한 입법 지원 ▶딥페이크 성범죄 대처 방안 수립 등은 비정치적 이슈여서 여야가 마음만 먹으면 신속히 합의안을 만들 수 있는 사안들이다. 조만간 발족할 여야 협의기구에서 이런 민생 과제들을 시원히 해결하기를 기대한다. 두 대표는 회담 전 모두발언에서 ‘민생 우선’을 강조했다. 립서비스가 아니라 진정으로 민생 정치를 구현할 의지가 있다면 두 대표는 여야 협의기구에 힘을 실어 주고 정쟁에 휩쓸리지 않도록 각별히 배려해야 할 것이다.
자본시장의 뜨거운 쟁점인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문제는 이번에 합의를 보지 못하고 추후 검토 과제로 남았다. 다만 이 대표가 이날 모두발언에서 “금투세를 일정 기간 대폭 완화해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해 보면 좋겠다”고 한 만큼 향후 타결 가능성은 남아 있다. 또 의료대란과 관련해 여야가 함께 국회 차원의 대책을 협의하기로 한 것도 사태 해결에 보탬이 될 것이다. 의사 파업 초기부터 진작에 여야가 공동보조를 취했다면 상황이 이 지경까지 되지 않았다.
다만 두 대표가 지구당제 도입을 적극 협의키로 한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지구당 부활은 두 사람은 정치적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인데, ‘정당정치 활성화’란 명분이 있지만 구태 돈정치가 되살아날 것이란 걱정도 나온다. 보다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정치권의 최대 현안인 ‘채 상병 특검법’과 ‘전 국민 25만원 민생지원금’에 대해선 합의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한동훈·이재명 대표는 1차 회담의 성과를 기반으로 2차, 3차 회담을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 그래야 합의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번 여야 대표 회담은 무려 11년 만에 열린 것이다. 그동안 여당 대표는 청와대에 종속된 위상이었기 때문에 야당 대표가 여당 대표를 별도로 만나봐야 실익이 없었단 얘기다. 이런 측면에서 어제 여야 대표 회담은 한국 정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앞으로 두 대표는 서로 양보하고 타협해 무한정쟁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정기국회에서도 정치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어제 회담은 한낱 쇼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쇄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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