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권의 미래를 묻다] 영원한 생명은 영원할 수 없다
우리 몸의 설계도인 DNA
DNA는 기본적으로 수소·탄소·질소·산소·인으로 이루어진 이중 나선 구조의 사슬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당과 인산이 이중 나선 구조를 지탱하는 두 가닥의 뼈대를 만들고, 그 안쪽으로 아데닌·타이민·구아닌·사이토신이라는 네 가지 종류의 염기들이 수소 결합을 통해 두 가닥의 뼈대 사이를 마치 사다리처럼 연결한다. 염기들이 서로 결합하는 방식에는 정확한 규칙이 있다. 만약 이중 나선 구조의 한 뼈대에 아데닌(A)이 붙어 있다면 다른 뼈대에는 반드시 타이민(T)이 붙어 있어야 서로 결합할 수 있다. 비슷하게, 만약 한 뼈대에 구아닌(G)이 붙어 있다면 다른 뼈대에는 반드시 사이토신(C)이 붙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이중 나선 구조의 한 뼈대에 염기 서열 AATGCTAGGCTC…이 붙어 있다면 다른 뼈대에는 그것과 딱 맞게 결합할 수 있는 염기 서열 TTACGATCCGAG…이 붙어 있어야 한다. 우리 몸의 설계도인 유전 정보는 DNA의 염기 서열에 담겨 있다.
DNA 복제는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우선, 헬리케이스(helicase)라는 효소가 DNA 복제 원점이라는 특정한 영역에 붙어 마치 지퍼를 풀어 당기듯이 DNA를 두 가닥으로 풀어낸다. 이때 풀어진 각각의 가닥에는 ‘단일 가닥 결합 단백질’이 붙어 이중 나선 구조로 재결합하는 것을 막는다. 그다음, 각각의 가닥에 프라이머(primer)라는 짧은 염기 서열이 붙고 그 자리를 기준으로 DNA 중합효소(polymerase)가 염기 서열을 복제하기 시작한다. 염기 서열의 복제가 끝나면 처음 DNA와 동일한 2개의 DNA가 얻어진다.
수명을 결정하는 텔로미어
복제 오류와 암, 그리고 엔트로피
인간은 먹이 사슬의 최상위에 있으며 탈피도 하지 않는다. 그럼 인간은 텔로머레이즈를 이용해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을까? 불행히도, 그렇지 못하다. 텔로미어를 인위적으로 길게 유지하면 DNA 복제가 무제한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복제에는 언제나 오류가 발생한다. DNA 복제 오류는 암으로 바뀔 수 있다. 텔로머레이즈는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럼 DNA 복제 오류를 줄이면 되지 않을까? 충분히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는다면 우리는 과학을 통해 어느 정도까지 DNA 복제 오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도 한계가 있다. 마치 바닷가재가 껍데기를 부수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소진하듯이 인간도 DNA 복제 오류를 줄이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소진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열역학 제2 법칙, 즉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에 따르면, 생명과 같이 질서정연한 상태를 영원히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망하지 마라. DNA 복제 오류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생명은 DNA 복제 오류, 즉 돌연변이를 통해 진화한다. 개별 인간은 늙어 죽지만 전체 인류는 더 나은 모습으로 진화할 수 있다.
박권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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