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긁다가 피 뚝뚝…늘어나는 '중증 아토피' 치료법 찾는다
참을 수 없는 가려움증으로 대표되는 만성질환인 중증 아토피 피부염이 소아청소년에게서 점차 늘고 있다. 안강모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추정에 따르면 이런 환자는 국내에 대략 2만~4만 명이다. 이 병은 또 천식·알레르기성 비염·우울증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진다. 안 교수는 "삶의 질이 저하되는 건 물론이고, 병원비가 많이 나오고 주변 시선에 심리적 타격도 크다"고 설명했다.
치료가 어려운 중증 아토피 피부염은 연구도 갈 길이 멀다. 국내에 얼마나 많은지, 합병증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무슨 약을 언제 써야 하는지 모르는 게 더 많다. 유전성 희귀질환만큼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환자 수가 적고 주목도도 낮은 편이라 정부 연구비 지원 등에서 우선순위가 많이 밀렸다고 한다. 하지만 2021년 고(故)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기부금 3000억원이 '게임 체인저'가 됐다. 중증 아토피 피부염 연구도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 후원을 받게 된 것이다.
특히 중증 아토피 피부염을 앓으면 심혈관질환·자가면역질환·악성종양 등 심각한 만성 전신질환을 동반하는 비율이 훨씬 높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건강 전반에 '빨간불'이 들어온 셈이다. 안 교수는 "현재로썬 중증 아토피와 만성질환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 것 같다는 추측만 가능하다. 둘의 인과관계 등은 앞으로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내 실태를 확인하는 출발점이자 추가 연구를 위한 도약판에 가깝다. 안 교수는 같은 병원 김지현교수 등과 함께 향후 한국 소아청소년만 가진 면역 기전을 확인하고, 이들에게 맞는 치료제를 빠르게 쓸 의학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목표다. 특히 특정 약효가 어느 아이에 잘 듣는지 등을 보여주는 '바이오마커'(몸속 세포·단백질·DNA 등을 통해 체내 변화를 알아내는 지표)를 확인하면 아토피 피부염뿐 아니라 다른 연관 질환에도 예방적 치료가 이뤄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분야 연구에서 한국이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꿈도 꾸고 있다.
병세가 개선된 아이들은 표정부터 달라진다고 한다. 온몸에 아토피 증상이 올라오면서 사춘기인데도 긴 소매 옷만 입고 다녔던 B양은 치료가 이뤄진 뒤 외모 등에 자신감이 커졌다. 안 교수는 "상태가 좋아진 B양이 병원에 긴 바지 대신 짧은 치마를 입고 온 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A군도 자신에 맞는 치료제를 찾으면서 밤에 단잠을 자는 것은 물론, 거칠었던 성격도 많이 누그러졌다.
이처럼 고통받는 아이들을 줄이고, 정상적 성장·발달을 도우려면 중증 아토피 피부염 연구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안 교수는 "이건희 회장의 뜻이 없었다면 사회적 관심서 소외됐지만 중요한 소아 질환 연구를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기부금을 통한 작은 성과들이 모여서 또 다른 큰 성과를 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훈(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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