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이 암호 같았다"는 아나운서, 청취자 마음 사로잡다
파리에서 양궁, 역도, 근대5종, 아티스틱 스위밍, 마라톤 수영을 중계했던 그가 서울에 돌아와 맡은 일은 클래식 음악 방송이다. 이재후 아나운서는 2020년부터 KBS 1FM(클래식 FM, 93.1MHz)의 ‘출발 FM과 함께’를 진행하고 있다. 오전 7~9시 프로그램이다. 그가 진행한 올림픽 개ㆍ폐막식이 시청률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클래식 음악 방송도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KBS 1FM에 따르면 ‘출발’은 1FM의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청취율(7월 9~22일 기준)을 기록했다.
스포츠 전문가의 클래식 음악 방송이 생경한 조합 같지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클래식을 친절히 안내하고, 그들의 사연에 따뜻하게 공감한다. 클래식 퀴즈를 출제하면 청취자 2000여명이 응모하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이재후 아나운서는 22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처음에는 떠맡듯이 진행을 시작했다”고 했다. “클래식은 전혀 듣지도 않았고, 작품 이름들이 쓰여있는 큐시트는 암호 같았다.” 4년 전 클래식이 얼마나 생소했는지에 대해 그는 또 이런 비유를 들었다. “라이프치히 하면 축구팀만 떠올랐다.” 지금은 무엇이 떠오를까. “당연히 (라이프치히에서 생애 대부분을 보냈던) 바흐다.” 지금 그는 대본에 없는 클래식 음악 관련 내용도 즉흥으로 전할 정도의 진행자가 됐다.
여기에는 성실한 노력이 있었다. “일단 작곡가, 곡명, 형식을 다 써놓고 공부를 했다.” 작곡가와 연주자 등을 공부한 데이터베이스에는 1만 2000여명의 이름이 들어있다고 했다. 클래식을 전혀 모르던 ‘클알못’의 성장 배경에는 공부의 힘이 컸다. 무엇보다 많이 들었다. “악기별, 작곡가별, 시대별로 들어봤다. 그러다 보니까 음악사도 알아야겠더라.” 그때부터 책을 읽었다. “구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음악책을 읽다 보니 잘못 주문한 전공 서적까지 받아보게 되더라.”
음악에 접근한 방식은 스포츠에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역도를 중계할 때면 역도 지도자 교본을 찾아보고 나름대로 종이 한장에 내용을 정리한다. 그걸 해설위원과 공유하고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도 찾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정보를 찾아 나름대로 요약정리 해놓는 것이 그의 습관이다.
김호정(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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