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창 내고 한지 감싸니…알파룸이 사랑방 됐네
한국적 공간이 과연 현대 생활과 동떨어진 걸까. 우리 의식주를 주제로 매년 가을 전시를 열어온 아름지기가 올해 전시(‘방, 스스로 그러한’)를 통해 던지는 질문이다. 한국미의 특징을 가공하지 않은 자연스러움으로 보고, 있는 그대로 삶에 스며든 한국적 공간의 현대적 가능성을 탐구했다. 2014년 ‘소통하는 경계, 문’, 2017년 ‘해를 가리다’, 2020년 ‘바닥, 디디어 오르다’에 이어, 이번에는 벽·천장·바닥이 모인 방을 공간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창·병풍·한지 등 한옥 건축의 구조·소재를 활용해 한국적 미를 담은 인테리어를 제안한다. 김민재·김찬혁·박지원·최원서, 스튜디오 히치, 임태희디자인스튜디오 등 9개 팀이 참여했다.
전통문화연구소 온지음집공방은 한옥 가리개의 유연한 공간 분할 방식을 가져왔다. 고구려 덕흥리 고분벽화 묘주도의 삼선병(세 개의 날개를 가진 병풍), 조선 동궐도 속 취병(대나무로 틀을 짜 식물을 심은 정원용 병풍), 옛사람들이 야외 활동할 때 쓰던 삽병(한 폭 병풍을 지지대에 끼워 세우는 가벽) 등이다.
한국적 공간에 맞는 가구도 있다. 온지음 디자인실 이예슬은 고구려 무용총 접객도 속 삼발이(소형 입식 상)를 보며 ‘고구려 왕이 가구를 만들라고 한다면 어떤 소재를 활용할까’ 자문했고, ‘철보다 가벼운 가죽에 옻칠하면 화살촉과 총알이 뚫고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강력하다’는 『숙종실록』 기록을 참고했다. 그 결과물이 옻칠로 마감한 가죽 상판을 세 개의 금속 다리가 받친 탁자다.
아름지기 신연균 이사장은 “재료가 지닌 고유한 물성을 존중하고 주변과의 관계를 고려하는 태도를 통해 만들어진 한국의 미감이 현대 주거 공간에 스며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름지기는 우리 문화유산을 보살피고 전통문화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알리는 비영리 문화단체다. 전시는 11월 15일까지, 성인 8000원.
권근영(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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