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도서관
유엔과 세계 각국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도서관의 가치에 주목하고 정부가 집중적 재정 투자와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한다. 미국은 대통령 관련 자료를 ‘지속가능한 국가를 담보하는 역사의 중심’으로 인식한다. 연방 정부가 대통령기념도서관법에 따라 기념도서관을 건립해 운영하고 있다. 제31대 후버 대통령부터 제43대 조지 W 부시 대통령까지 13개 기념도서관을 건립해 일반 시민과 관련 학자들이 큰 자부심으로 여긴다. 한국은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과 김대중도서관 등이 소규모로 건립됐지만,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영삼도서관은 서울 동작구의 구립도서관으로 운영되며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다. 다른 대통령의 도서관 기념화 사업은 공론화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법률에 따라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된 공식 문서나 자료 이외에 역사적 가치를 지닌 중요 기록들이 사라질까 싶어 안타깝다.
국립중앙도서관과 한국도서관협회는 책 문화 거리 조성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지난해 국립중앙도서관 개관 78주년 행사에서 서초구를 ‘책 부자 동네’로 재정의했다. 서초구는 돈 많은 부자 동네로 알려졌지만, 사실 1400만 권의 장서를 보유한 국립중앙도서관이 있어 ‘책 부자 동네, 지식 부자 동네’라 강조한 것이다.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이 국가대표 도서관으로서 서초구는 물론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책과 데이터의 부자 국가, 지식의 부자 국가’로 만들기를 희망한다.
대법원과 대검찰청은 서초구의 ‘사법 정의 허브’ 구현의 중심 기관이다. 대법원은 1989년부터 법원도서관을 운영하면서 관련 자료를 집중적으로 수집하고 전산화해 대국민 서비스를 해오고 있다. 법원 판결문을 비롯한 여러 자료가 빅데이터로 축적되고 있다.
반면 형사사법에 대한 국민의 높은 관심에도 검찰 관련 자료가 집대성되고 보관·관리되는 허브는 전무하다. 지금이라도 검찰의 70년 역사와 자료를 AI 시대에 맞춰 빅데이터로 축적해야 한다. 최근 검찰이 국가형사사법 연구를 위한 전문도서관을 만들어 형사사법 데이터 허브로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것은 이런 관점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형사사법에 대한 국민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검찰 관련 데이터를 축적하고 활용할 시설이 긴요하다.
도서관은 이제 한 국가, 한 기관의 유산이 고스란히 저장된 빅데이터의 보고다. 검찰도서관이 보유한 데이터를 통해 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사법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견고하게 구축하길 바란다. 검찰도서관이 데이터 허브, 연구 기관, 법조계와 시민사회의 소통 활성화 공간으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도서관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도서관은 꿈을 키우고 문화를 즐기고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핵심 시설이다. 도서관은 우주와 같다.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은 광복 80주년이자 국립중앙도서관 개관 80주년이기도 하다. 국민 행복과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는 더 많은 도서관을 건립하길 바란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곽승진 충남대 문헌정보학과 교수·한국도서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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