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형 마무리 투수 나타났네”…KBO의 새 끝판왕 김택연
김택연은 지난 27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시즌 17번째 세이브를 올렸다. 팀이 8-7로 앞선 8회 말 2사 후 마운드에 올라 1과 3분의 1이닝을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막아냈다. 지난 2006년 나승현이 롯데 자이언츠 소속으로 작성한 종전 고졸 신인 한 시즌 최다 세이브(16개)를 18년 만에 뛰어넘어 새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앞으로 세이브를 3개 더 추가하면 2021년 정해영(KIA 타이거즈)이 세운 역대 최연소 20세이브(20세 23일) 기록도 바꿀 수 있다.
김택연은 “개막하기 전까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기록이다. 마무리 투수를 맡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면서 “홈 팬들 앞에서 기록을 세우지 못한 게 유일한 아쉬움이다. 잠실로 돌아가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택연은 두산이 올해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전체 2순위로 지명한 오른손 투수다. 인천고 시절 청소년 야구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한 그는 정식 프로 데뷔전을 치르기도 전에 잠재력을 입증해 웬만한 스타 선수보다 더 큰 화제를 모았다.
지난 3월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와의 스프링캠프 스페셜 매치가 출발점이었다. 3만 명이 넘는 유료 관중 앞에서 소프트뱅크 1군 베스트 멤버와 맞붙었는데도 주눅 들지 않고 1과 3분의 1이닝을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두산 포수 양의지는 당시 “갓 고교를 졸업한 선수 같지 않았다.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형처럼 자기 공을 그냥 자신 있게 꽂아 넣는다”며 “최근 신인 중 이렇게 ‘완성형’이라는 느낌이 드는 투수는 보지 못했다. 앞으로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큰 무대(메이저리그)까지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칭찬했다.
정작 KBO리그 데뷔전에서는 부진했다. 김택연은 3월 23일 NC를 상대로 1이닝 2실점 하며 프로의 쓴맛을 봤다. 이후 두 경기에서도 시행착오를 겪다 열흘 동안 2군에 다녀왔다. 그 기간이 김택연에게 약이 됐다. 부담감을 내려놓고 ‘신인다운 패기를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1군에 돌아온 그는 완벽히 반등했다. 첫 30경기에서 2승 2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64를 기록하면서 두산 불펜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결국 6월 13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 앞서 “앞으로 김택연이 세이브 상황에서 등판한다”며 소방수 교체를 선언했다.
김택연은 이후 더 강해졌다. 그날부터 지난 27일까지 총 24경기에서 26과 3분의 2이닝을 소화하면서 삼진 35개를 잡아냈고, 볼넷은 9개밖에 내주지 않았다. 상황이 급박할 땐 종종 8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멀티 이닝 세이브도 해냈다. KBO리그 역대 최고 마무리 투수로 꼽히는 오승환의 후계자가 마침내 나타난 모양새다.
지난 24일 잠실 한화전에서 블론세이브(3분의 1이닝 2실점)를 기록하며 흔들렸지만, 이승엽 감독은 “김택연 걱정은 전혀 하지 않는다”며 믿음을 보여줬다. 김택연도 바로 다음 등판에서 17번째 세이브를 따내 보란 듯 진가를 입증했다. 이제 김택연은 '특급 신인'을 넘어 리그에서 가장 믿음직한 소방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배영은(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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