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242) 초승달
조성국(1935∼ )
살짝 흰 초승달을 그대의 귀걸이로
달아만 주고 싶어 손을 뻗어 봅니다
먼 나라 계신 우리 임이 지켜보다 미소 짓는
-가을날의 기도(온북스)
육친의 죽음
미당 서정주는 시 ‘동천’에서 초승달을 ‘눈썹’으로 보았는데 노곡 조성국은 ‘귀걸이’로 보았구나. 미당은 ‘임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놓았다고 했는데, 노곡은 ‘그대의 귀걸이로 달아만 주고 싶어 손을 뻗어’ 보았구나. 미당은 ‘동지 섣달 나르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갔고, 노곡은 ‘먼 나라 계신 우리 임이 지켜보다 미소’ 지었구나.
미당은 생전에 ‘동천’은 연시라고 밝힌 바 있다. ‘초승달’은 먼저 떠난 아내에 대한 사모의 시다. 노년이 주는 고통 가운데의 하나가 주변의 죽음과 맞닥뜨리게 된다는 점이다. 그 가운데서도 육친의 죽음만큼 아픈 것이 또 있으랴.
나는 지난 주말, 막내 동생의 죽음을 겪고 슬픔 속에서 이 글을 쓴다. 죽음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형님!/불렀다./오오냐. 나는 전신(全身)으로 대답했다./그래도 그는 못 들었으리라./이제/네 음성을/나만 듣는 여기는 눈과 비가 오는 세상./너는/어디로 갔느냐/그 어질고 안쓰럽고 다정한 눈짓을 하고.”
- 박목월 ‘하관(下棺)’에서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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