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는 마르지 않는 물감, 내 AI 작품선 향기도 난다”
“오늘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AI(인공지능) 모델을 볼 겁니다. 자연의 이미지로 소리도 내고, 향기도 내뿜게 됩니다.”
27일 서울 북촌로 푸투라(FUTURA) 서울에서 만난 아나돌은 자신의 아시아 첫 개인전 ‘대지의 메아리: 살아있는 아카이브’를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생성하는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 모델 ‘거대 언어 모델(LLM)’처럼 자연의 이미지를 학습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든다는 설명이다. 아나돌은 올 초 다보스 포럼에서 이 LNM을 소개하기도 했다.
‘기계환각’이 상영되는 마지막 전시실에서 아나돌은 소나무숲을 연상시키는 냄새를 시향해 보이며 “이번 전시에 새로 추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4년째 축적해 온 자연의 향 분자 데이터에서 AI 모델이 수많은 향을 만들었고, 인간인 내가 이번 전시에 맞는 걸 택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소장된 그의 작품 ‘비지도(Unsupervised)’는 AI 예술의 주요 미술관 입성으로 화제를 모았다. “MoMA의 소장품을 본 기계는 어떤 꿈을 꿀까”라는 주제의 이 머신 러닝 영상 앞에는 화면을 응시하는 사람들로 늘 북적였다. 논란도 따랐다. 미술평론가 제리 살츠는 이 작품을 “50만 달러짜리 화면 보호기”라고 혹평했고, 아나돌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챗GPT도 당신보다 글을 잘 쓰겠다”고 맞섰다. 이에 대한 질문에 아나돌은 “백남준의 작업도 때론 혹평에 부딪혔겠지만 그걸 이해 못한 사람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세계는 클리셰를 넘어 새로운 미디어를 개척하는 사람과 함께 변화해 간다”고 답했다.
그의 작품은 63빌딩 로비에서도 볼 수 있다. 전 세계의 불꽃축제 데이터, 한국음악 데이터 등 189만 건을 AI가 분석·재해석한 ‘희로애락’이다. 그러나 ‘비지도’나 ‘희로애락’ ‘기계 환각’ 모두 겉보기엔 비슷하다. 이에 대해 아나돌은 “미술사를 보면 모네도, 반 고흐도 고유의 스타일이 있다. 나는 데이터라는 마르지 않는 물감으로 작업한다”고 말했다.
합성피혁 제조사인 백산에서 운영하는 푸투라 서울은 다음달 5일 개관한다. 개관전인 아나돌의 전시는 이날부터 12월 8일까지 계속된다. 입장료 성인 2만2000원.
권근영(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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