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500만원 돌연 늘었다"…실수요자 울리는 '금리 역주행' [관치금융의 역습]
대출금리 역주행의 파장이 금융시장과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리 왜곡의 불을 붙인 건 관치다. 시장금리는 내려가는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오름세다. 대환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은 제한됐다. 최근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금융당국이 대출 '문턱'을 높인 영향이다. 사실상 ‘대출 총량제’ 카드까지 꺼내면서 실수요자가 대출을 받지 못 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번지고 있다.
역주행 대출 금리…실수요자 혼란
당장 실수요자에게 혼란이 닥쳤다. 30평대 서울 구축 아파트 잔금 납부를 앞둔 장현진(39)씨는 7억원에 달하는 잔금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 문을 두드리고 있다. 7월 매매 계약을 체결할 때만 해도 시중은행 금리는 3.3% 수준이었는데 최근 물어본 은행마다 3.9~4%대가 최저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전과 비교하면 이자만 연 500만원을 더 내야 할 판이다. 장씨는 “자녀가 초등학교를 들어갈 때가 돼 20평대에서 30평대로 갈아타려는 것”이라며 “기준금리가 내려갈 것이라고 해서 올해 중순 계약했는데 잔금을 앞둔 상황에서 갑작스레 대출 금리가 오르니 당혹스럽다. 대출을 일찍 신청해야 했나 후회하고 있다”고 했다.
전세·대환대출도 영향권
올해 초 대환대출 플랫폼까지 출시하면서 대출 갈아타기를 장려한 정부 정책은 1년도 지나지 않아 무색해졌다. 27일 금융감독원이 은행이 연초에 세운 경영계획 대비 가계대출 실적이 초과할 경우 페널티를 부과하겠다고 하면서 올해 대출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를 내려 대환대출을 늘리라는 금융당국의 말을 잘 들은 은행이 피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 ‘대출 절벽’ 예고
금리 역주행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금융당국은 상생금융을 강조하며 서민 부담 경감을 위해 이자 부담을 줄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금‧대출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주춤하자 대출 금리를 끌어내렸다. 그러던 금융당국이 최근에는 입장을 바꿔 정반대의 사인을 내고 있는 셈이다.
작년엔 반대로 금리 역주행
‘대출 확대→부동산 가격 상승→매수 심리 자극→대출 확대’는 연쇄적으로 나타난다. 금융당국이 부동산 매수 심리가 커진 상황에서 은행 압박이란 카드를 뒤늦게 꺼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부동산 시장이 상승 흐름을 보이는 만큼 부동산이 오를 것이라는 심리를 바꾸지 않는 한 대출금리 인상이나 대출 제한이 기대만큼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금융당국의 대응이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불어난 가계대출은 기준금리 인하 결정의 제약 요인이다. 지난 23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이후 “부동산 가격과 그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 불안은 지금 막지 않으면 더 위험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기준금리 인하가 늦어지면 코로나19 확산 때부터 빚을 늘려온 소상공인 부담도 커진다.
시장개입 아닌 구조적 해법 접근해야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도 “관치 금융은 시장 왜곡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며 “인위적 개입이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서울과 외곽을 잇는 교통인프라 확충 등 서울 부동산 집중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어떤 식으로든 서울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상황에선 은행 대출을 막더라도 2금융이나 대부업 대출이 증가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진호(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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