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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꿈 꾸기엔 너무 빡빡한 현실

정하은 / 경제부 기자

정하은 / 경제부 기자

“What do you do for living?(직업이 뭐예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한 유튜브 채널 운영자가 고가의 수퍼카 소유주들에게 묻는 말이다. 황당하게도 많은 소유주가 성인 방송을 하고 있다고 대답한다. 많은 댓글 가운데 하나가 인상적이었다. ‘천박함보다 가난이 부끄러운 세상’.  
 
SNS(소셜네트워크)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일부 호화로운 삶의 모습은 젊은 세대에게 ‘성공’에 대한 잘못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현실은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높은 물가, 치솟는 집값, 불안정한 고용 시장 등은 청년들의 삶을 더욱 팍팍하게 만들고 있다.  
 
대학을 막 졸업한 20대들 앞에 놓인 것은 거대한 사회의 벽이다. 취업이 잘되는 분야 전공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미래를 그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망망대해를 떠도는 작은 배와도 같다.  
 
특히, 예술 분야는 더 그렇다. 대학 졸업장이 성공의 만능키라는 통념은 이미 무너졌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초년생들은 수없이 고민한다. 내 꿈을 좇을 것인지, 아니면  닥친 현실 앞에 순응해야 하는지….  
 
하지만 이들이 꿈만 쫓기에 현실은 너무나 냉혹하다.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최근 센서스국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밀레니얼 세대(1981년~1996년)의 20%가 아직도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단순하다. 인플레이션, 렌트비 상승,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인한 경제적 문제 때문이다.  
 
부동산 임대 사이트 렌트닷컴 자료를 보면  팬데믹 이후 전국적으로 렌트비가 20%가량이나 상승했다. 전국 중간 렌트비는 1601달러지만, LA의 중간 렌트비는 2795달러나 된다.  
 
자동차 가격도 많이 올랐다. 최근 신차 가격이 내림세를 보인다고는 하지만 지난달 평균 가격이 4만8401달러나 된다. 중고차 가격도 평균 2만4700달러로 올랐다.  이자율도 뛰었다. 올 1분기 신차의 평균 이자율은 6.73%, 중고차는 11.91%다.  여기에 자동차 보험료도 지난 1년간 22.2%나 급등했다. 이 영향인지  연방도로청(FHWA)의 자료를 보면 1983년에는 19세 청소년의 87.3%가 운전면허를 취득했지만  2022년에는 그 비율이 68.7%로 떨어졌다.
 
 반면, 임금 수준은 이에 따르지 못하고 있다.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2024년 근로자의 전국 평균 연봉은 5만9228달러로 집계됐다. 이를 가주에 적용할 경우 세금을 제외한 월 순수입은  3904달러가 된다. 이 금액에서 렌트비, 자동차 페이먼트, 보험료 등을 내고 나면  저축은커녕 당장 먹고살 돈도 부족하다. 청년들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취업이 쉬운 일도 아니다. 최근 일자리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하면서 지난 7월의 실업률이 4.3%로 높아졌다. 3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LA카운티의 실업률은 6.5%나 된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 초년병들의 구직 경쟁은 더 치열할 수밖에 없다.  
 
젊은 세대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와도 관계가 있다. 따라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은 젊은 세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그들의 요구를 반영한 정책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즉, 공공 임대 주택 확대, 청년층을 위한 주택 대출 지원 확대, 렌트비 상승 억제 정책 등이다.  
 
또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 지원, 비정규직 문제 해결,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해 안정적인 고용 환경도 조성해야 한다. 이밖에 실업 급여, 의료 지원 확대 등 사회 안전망 강화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미래를 이끌 청춘들의 좌절감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정하은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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