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19세기 작 중세도시, 카르카손
성벽을 허물어 강 건너 신도시를 위한 채석장으로 사용하는 등 구도시는 폐허가 되었다. 1844년 시작한 구도시의 복원과 보존 사업을 60여 년간 시행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 이 사업의 기본 이념과 핵심 계획은 비올레 르 뒤크(1814~1879)가 맡았다. 그는 당대 최고의 건축가이며 전통문화의 수호자로 뛰어난 이론가였다. 몽생미셸과 아미앵 대성당, 파리 노트르담 성당 등 중요한 복원 작업을 도맡은 국가적 인물이 되었다.
“훼손 이전 상태 그대로” 복원한다는 엄정한 시각으로는 도박이겠으나 르 뒤크의 낭만적 복원 결과, 카르카손은 중세기보다 더욱 중세적인 도시로 재탄생했다. 둥굴둥글한 망루와 성벽 상부의 목조시설들은 요새로서의 효용과 미학을 극대화한다. 고풍스러운 성문이나 마을의 신비한 분수도 모두 시간을 거스른 그의 작품이다. 신이 미래를 창조했다면 르 뒤크는 과거를 복원해 환상 속으로 우리를 이끈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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