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위한 노력 충분했나' 따진 국민연금...두산 합병 복병될까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다음 달 25일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와 합병시키는 안을 결의하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각각 개최한다. 국민연금은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6.85%를, 두산밥캣 지분 7.22%를 보유하고 있어 주주총회 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개최해 합병에 대한 입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의 두산로보틱스 보유지분은 공시기준(5%) 미만이라 공개되지 않았다.
“노력 충분했는가”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의 논리가 두산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두산밥캣 보통주 1주를 두산로보틱스 보통주 0.63주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두 회사를 합병하겠다는 두산의 계획에 주주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룹 내 캐시카우인 두산 밥캣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들이 적자 기업인 로보틱스 주식으로 주식 수를 줄여가며 교환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5일 보고서를 통해 “두산은 현행 자본시장법을 따라 시장 주가에 의해 합병비율을 계산했다고 하지만, 계열사 간 합병 시 10%를 증감할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고, 합병비율에 대한 이사회의 충분한 설명도 제공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 4월까지 미국(333건)과 일본(88건) 상장법인 간 합병을 조사한 결과 기준 시가에서 10% 할증한 가격 이상으로 거래된 경우가 미국에선 77.2%, 일본에선 90.9%로 나타났다.
황 연구위원은 “동일한 합병이 미국·일본에서 이루어졌다면, 두산밥캣의 주주들이 보다 높은 합병 비율을 인정받고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더 많이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합병안에서 저평가된 밥캣의 합병가액을 10% 할증하고 상대적으로 고평가된 로보틱스를 10% 할인한다면, 교환비율은 0.63에서 0.77로 올라가게 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효율적인 시장에선 시가가 가치를 반영하겠지만 현실에선 그렇지 않다”라며 “지금은 시가(기준) 합병을 할 경우 모든 것에 면죄부를 주는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지주사 ㈜두산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두산에너빌리티 지분이 30.39%, 소액주주 비율이 63%인 상황에서 국민연금 등 기타 주주의 입장은 두산의 사업구조 개편을 좌우할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다. 국민연금이 반대후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면, 두산에너빌리티가 설정한 주식매수청구권 매수 한도 6000억원을 훌쩍 넘기게 된다.
움직이는 두산 주주들
두산밥캣·에너빌리티 주주들도 단체행동에 나서고 있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는 지난 22일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올리고 “두산 분할합병을 저지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라며 의결권을 모으고 있으며 주주 대표도 선출했다. 이들은 최근 수원지법 성남지원과 창원지법에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의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액트는 “국민연금은 우리나라 국민의 노후자산”이라며 “국민연금이 즉시 행동에 나서도록 촉구하겠다”라고도 밝혔다.
박해리(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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