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슬의 숫자읽기] 티메프 다음은 건물주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상업용 부동산 임대 동향 조사’를 살펴보자. 흔히 ‘자영업’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소규모 상가의 공실률은 2017년 1분기만 하더라도 4%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데 얼마 전인 2024년 2분기에는 공실률이 8%로 7년여 만에 두 배가 뛰었다. 코로나19 대유행과 국제분쟁도 영향은 줬겠지만, 코로나 훨씬 이전부터 장기간 이어진 소규모 상가의 공실률 증가 추이는 사람들의 구매 패턴 변화로 인해 촉발되었다고 보는 게 맞다.
당장 얼마 전 미국에서도 사무용 건물의 공실률이 집계 이래 최고점을 경신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8% 수준이던 상위 50개 대도시 사무실의 공실률이 2024년 2분기에는 20.1%까지 치솟아서다. 1986년 살인적 고금리를 유지한 볼커 전 연준 의장 때 기록된 19.3%를 넘어선 수치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코로나19 시기 시작된 재택근무가 대유행 종식 후에 보편적 문화로 자리 잡은 걸 꼽는다. 소비에 이은 근무의 디지털화다.
상업용 건물의 수요를 지탱하는 두 축이 온라인으로 이주한다면, 상업용 부동산 정책과 개발 방향은 과거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의 신규 공급이야 줄인다 해도, 이미 공급된 곳들이 문제다. 상권 곳곳에 박힌 을씨년스러운 공실이 생존한 음식점 매출마저 깎아 먹는 상황은 해결되어야 할 텐데, 빈 곳을 채울 해법이 현재는 마뜩잖다. 재개발도 방법이겠으나, 상가 재활성화 방안이 없다면 어차피 새 상가도 공실로 남는다. 그런데 일상의 디지털화는 이제야 겨우 시작 단계다. 도시계획 수준의 대책을 미리 세워야만 한다.
박한슬 약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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