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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천의 컷 cut] 유쾌한 수다는 가슴을 설레게 한다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수퍼 히어로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엔 두 개의 상반된 캐릭터가 나온다. 먼저 울버린부터 말하면 과묵한 ‘상남자’ 스타일이다. 말이 앞서지 않고 농담도 할 줄 모른다. 멋은 있지만 재미가 없다. 반면 데드풀은 그야말로 ‘참을 수 없는 입술 근육의 가벼움’이다. 어찌나 말이 많은지 입이 봉해진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그의 입 앞엔 국가도 없고, 경계도 없고, 성역도 없다. 울버린에 대해 “캐나다에서 나온 것 중 유일하게 가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울버린을 연기한 배우(휴 잭맨)의 이혼을 꼬집는다. “(울버린이) 보통 윗도리를 입지 않는데, 이혼 후 몸매 관리를 못 했다”는 거다. 제작사도 데드풀의 ‘모두 까기’를 피하지 못한다. “지금 저 캐릭터가 죽는 것은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서야.”

그런데 이상하게 그의 다변이 밉지 않다. 네 편 내 편 가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말하기 때문이다. 한 마디 한 마디에 못된 함정을 파놓거나 유독물질을 첨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난도 받기도 하지만 그가 말하지 않았더라도 어차피 치러야 했던 갈등이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수다의 효능을 맛보며 살아왔다. 동료·선후배와 밥을 먹거나 술잔을 기울이면서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때가 많았다. 혼자 고민했다면 좁은 머릿속을 맴돌다 사라졌을 터. 사소하게 보이던 생각과 감정이 언어의 옷을 입으면서 문장이 됐고, 한편의 글이 됐고, 책이 됐다. 또, 그러는 사이 마음이 말랑말랑해지고 내 안에 맺힌 것들이 풀렸다.



진정한 수다는 남의 속을 헤집는 막말과는 다르다. 수다가 빛나는 순간은 무슨 의도나 이해타산, 인격모독을 노린 게 아닐 때다. 유쾌한 수다는 가슴을 설레게 하고, 삶을 신나게 한다. 마음을 터놓고 수다 꽃을 피울 수 있는 관계들이 곧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다. 우리에겐 더 많은 수다가 필요하다.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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