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중앙] 세태취재 | ‘앱테크’ 열풍 속 허위·과장 광고의 그림자
리뷰 써주고 상품 받는다? 사라져가는 ‘내돈내산’ 후기반인 사이에 앱테크 알바 성행, 미션 수행하면 적립금
공정위 모니터링하지만 역부족… 소비자 윤리의식 절실
10월 6일 만난 20대 여성 김지민(가명)씨는 이른바 체험단 플랫폼인 ‘A사’ 애용자다. 2030 여성이 주 고객층인 A사은 리뷰를 써주면 무료 혹은 저렴하게 상품을 제공받을 수 있는 앱이다. 참여자의 사비로 제품을 구매한 후, 리뷰를 마친 화면을 앱에 제출하면 제품 구매 비용을 포인트 형식으로 반환해주는 방식이다. ‘개껌’이라고 불리는 포인트는 앱에서 사용하거나 지정 날짜에 현금으로 인출할 수 있다. 다른 협찬·체험단 앱과 달리 팔로어 수가 많은 SNS 계정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A사의 인기 요인이다.
이런 트렌드를 타고 앱테크(App Tech)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돈을 버는 재테크 방식을 일컫는다. 앱 광고를 시청하거나 미션을 수행하고 받은 적립금을 현금·기프티콘·상품권·제품 등으로 교환할 수 있다. 앱테크의 이러한 편의성은 유년기부터 스마트폰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온 MZ세대를 앱테크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유인이 됐다. 학교생활과 취업 활동, 직장 생활 등으로 바쁜 와중에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틈틈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앱테크 예찬론자인 김씨는 “취업준비생이라 수입이 들쑥날쑥한데 체험단이나 협찬 서비스를 통해 생활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며 “관심사나 취향이 아니라 평소에 하지 못할 경험을 할 수 있는 점도 좋고 SNS 계정을 키우는 능력도 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협찬·체험단 활동을 통해 제품을 제공받을 뿐 아니라 헬스나 스파 체험권 등 다양한 서비스 프로그램들도 즐겨 사용한다는 그는 “SNS 활용 능력이 중요해진 시대에 앱테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한 자기관리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앱테크 열풍과 함께 협찬·체험단 문화가 활성화하면서 소비자 권익 침해와 소비 생태계가 교란되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직접 물건을 살펴본 뒤 구매하기 어려운 온라인 공간의 특성상, 소비자들은 온라인쇼핑을 할 때 다른 소비자의 후기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과장되거나 왜곡된 협찬·체험단 후기는 소비자가 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어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것을 방해한다. 특히 제품이나 서비스를 무료로 받는 협찬·체험단 후기의 경우 100% 솔직하게 작성할 수 없는 사례가 생길 수밖에 없다.
앞서 김씨도 자신의 후기가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김씨는 “나 역시 과장해서라도 좋게 써주려고 하는 편이다. 제품을 제공받았다는 사실 명시 여부도 그때그때 다르다. 리뷰 가이드에 꼭 포함해야 한다고 적혀 있으면 명시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굳이 하지 않는다. 가이드에 명시 의무가 적혀 있지 않은 쿠팡, 무신사,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리뷰 페이지’에는 제품 제공 사실을 명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SNS 영향력이 높은 인플루언서일수록 체험·협찬 정보의 유혹을 자주 받는다. 체험·협찬 프로그램을 애용하고 있다는 20대 이유정(가명)씨는 “제품 제공 배너 명시를 의무화하는 공식 플랫폼이 아닌 오픈 채팅방에서는 종종 ‘공정위 배너 제거 필수’ 문구를 포함한 체험단 모집 글이 올라온다”고 증언했다.
협찬·체험단 문화 활성화하면서 피해자 속출
플랫폼에서 제품 판매 순위, 인기 순위 등을 제공하는 이유는 그 시점의 트렌드를 플랫폼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려는 목적이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순위가 아닌 협찬·체험단 앱과 제품 판매자가 만들어낸 순위라면 본래의 목적대로 정확한 트렌드를 반영할 리 없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트렌드가 순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순위가 트렌드를 만드는 현상마저 발생한다. 소비자의 자발적 선택이 아니라 제품 판매자 기획한 마케팅 방향대로 시장이 흘러가게 되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SNS, 온라인 플랫폼에서 경제적 이해관계를 표시하지 않은 부당 광고가 논란이 되자 2020년 기존 ‘추천·보증 등에 관한 심사지침’을 개정해 필수적으로 소비자가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리뷰가 작성됐음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이희재 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과장은 “제품 후기는 소비자의 구매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로, 광고라는 사실을 숨기는 후기가 다수 발견되고 있다”며 “공정위는 SNS 부당 광고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필요한 경우 시정 명령, 과징금 부과 등의 처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정위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과 같이 모니터링이 어려운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뒷광고는 잡아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리뷰에 경제적 대가 받은 사실 명시하도록 해야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 역시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다. 네이버 관계자는 “경제적 대가를 받은 사실을 명시하지 않는 리뷰는 쇼핑 신뢰도를 저하시킨다”며 “허위 리뷰를 탐지하고, ‘진짜’ 리뷰만 남기기 위해 리뷰 데이터 작성 패턴 등을 분석해 리뷰 어뷰징으로 추정되는 리뷰는 블라인드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성림 성균관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제도적 개선, 플랫폼의 노력과 더불어 ‘소비자의 책임’을 강조했다. 소비자가 자신이 작성한 리뷰의 영향력을 인식하고 자신부터 다른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제품 품질에 대한 정확한 보증이 리뷰를 통해 이뤄져야 소상공인의 앱 마켓 진출 확대와 앱 마켓 시장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온라인 마켓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신뢰할 수 없는 리뷰’”라며 “앞으로 어떠한 플랫폼의 성패 여부는 신뢰할 수 있는 진짜 후기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에 ‘진짜 후기’를 정착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플랫폼 차원에서 리뷰를 작성할 때 신뢰도 측정, 구매 경로 구체적 명시 의무화 등의 안전장치를 거치도록 제도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최소라 월간중앙 인턴기자 sslysr@naver.com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