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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고준위폐기물 특별법이 절실한 이유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한국에는 원전 26기가 가동 중이다. 원전 4기가 건설 중이며 이 가운데 2기는 마무리단계에 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 따르면 3기가 추가로 건설될 예정이다. 물론 이것도 탄소중립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화석연료를 직접 사용하는 부문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을 하기 위해서는 전기나 수소로 화석연료를 대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 30여개 국가에서 400기가 넘는 원전이 가동되는 가운데 유독 한국은 고준위폐기물 처분장이 없다는 것이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처분장 확보에 가닥을 잡은 나라는 스웨덴, 핀란드, 프랑스 정도이다. 다른 나라는 원전부지 내 건식저장시설을 확충해서 이를 해결하고 있다. 1그램의 우라늄이 석탄 3t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발생한다. 3백만 배에 달한다. 워낙 고밀도 에너지를 생산하기 때문에 고준위폐기물의 양이 많지 않다. 또 고준위폐기물과 관련하여 많은 연구가 수행되면서 기술적으로도 성숙되고 있다. 즉 더 경제적이고 안전한 방법들이 도출되고 있다. 그렇다면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우선 원자력발전을 폄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고준위폐기물 처분을 문제시하는 경향이 많다. ‘화장실 없는 맨션을 지었다’는 식이다. 처분장은 화장실이 아니라 무덤으로 비유되는 것이 맞다. 그것을 화장실로 비유해놓고 원자력을 공격하는 것이다. 둘째, 고준위폐기물 처분장 문제를 원전정책과 연계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즉 원전증설 또는 계속운전을 방해하는 빌미로 이를 활용하려는 것이다.

셋째, 우리의 원전수출 경쟁국이 이를 활용할 수도 있다. 특히 강력한 경쟁자인 프랑스는 원전건설능력도 보유하고 있고 고준위폐기물 문제도 가닥을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유럽연합의 녹색금융체계(EU Taxonomy)에 원자력발전을 넣으면서 고준위폐기물 처분계획이라는 조건을 달았다는 얘기도 있다.



앞의 두 가지 경우는 국민을 설득할 수 있겠지만 원전수출을 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고준위폐기물 처분에서도 모범국가가 될 필요가 있다. 지난달 한국원자력학회는 고준위폐기물 처분방식을 좁혀나가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이번 22대 국회에서는, 지난 국회에서 무산되었던 고준위폐기물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 주기를 바란다. 법안의 내용은 너무나 간단하다. 앞으로 어떤 절차에 의해서 누가 이 일을 추진할 것인지를 국민들에게 알려드리고 약속하는 것이 전부이다. 이론의 여지도 없다. 22대 국회에서는 원전수출이라는 대의를 생각하고 고준위폐기물 법안을 논의하고 통과시켜 주기를 바란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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