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재명 의외로 닮았다? 대중 지지→당 대표→중도 공략
한 대표가 중도층 공략을 위해 내건 키워드는 격차 해소다. 그는 19일 “파이를 키우는 정책, 그리고 격차를 해소하는 정책을 똑같이 중시하고 실천하겠다”며 당 특별기구인 ‘격차 해소특별위원회’ 설치를 예고했다. 위원장으로는 당내 최다선(6선)이자 과거 민주당에 몸담았던 조경태 의원을 임명할 계획이다. 조 의원은 최근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지난 15일)이라거나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을) 무조건 포퓰리즘이라고 볼 게 아니다”(지난 1일 의원총회) 같은 메시지를 내왔다. 당에선 “위원장 인선부터 중도 클릭”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재명 대표는 18일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부터 “지속 성장의 길을 찾아야 한다”면서 전통적인 보수 의제인 성장을 언급했다. 21일 단행한 당직 인선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 이 대표는 정책위 상임 부위원장에 국세청 차장 출신인 임광현 의원을 임명했다. 임 의원은 ‘이재명표 세제 개편’을 주도하는 인물로 상속세 일괄공제와 배우자 공제액을 상향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대선 주자 지지율 1·2위를 다투는 두 대표가 중도 경쟁을 벌이는 모습에 정치권에선 “각각 특수통 검사와 지자체장으로 살아온 두 사람이지만, 의외의 유사성을 보인다”(국민의힘 관계자)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당내 인적 네트워크보다 대중 지지에 기반을 둔 모습도 공통점으로 거론된다.
한 대표는 총선 참패 책임으로 비상대책위원장에서 물러난 뒤 3개월 만에 보수당 역대 최다 득표율(62.8%)로 여당 대표가 됐다. 최근 당무감사위원장으로 지난 총선 당시 ‘사천 논란’을 불렀던 유일준 전 국민의미래 공천관리위원장을 재기용하자, 정치권에선 “이재명이 공천관리위원회 등에 외부 인사를 넣었던 것과 유사하다”는 말도 나온다. 친윤계인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16일 “친정 체제를 구축하는 걸 보면 당무에 있어서 한동훈 대표의 롤모델은 이재명 대표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대중 지지를 기반으로 당 주류 세력의 비토를 돌파하는 점도 유사한 측면이 있다. 20일 국회 정문 앞에는 이 대표의 강성 지치층인 이른바 ‘개딸’들이 “당 대표 연임을 축하한다”며 보낸 화환이 줄을 지었다. 한 대표 역시 총선 참패 이후 비대위원장직에서 사퇴했을 당시 비슷한 응원 화환을 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정치인이 민심에 반응하고 또 이를 통해 대중적 지지를 얻어 세력을 키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며 “팬덤 정치가 마냥 나쁘다고 할 게 아니라, 이제는 분명한 흐름이 됐고 이를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지원(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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