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입 꼬매뿌까" 북적인 자갈치…日오염수 1년, 과학이 이겼다 [르포]
21일 오후 2시30분쯤 부산시 중구 자갈치시장.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평일 오후였지만 수산물을 사려는 손님으로 붐볐다. 외국인 손님도 꽤 많았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지 1년을 맞았지만, 시장엔 활기가 돌았다. 건어물 매장으로 유명한 인접 신동아시장 분위기도 비슷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8월 24일 원전 오염수를 처음 방류했다.전국 위판장 수산물 거래량, 오히려 늘었다
많은 국민은 지난해 처음 원전 오염수 방류 시기를 전후로 ‘세슘 우럭’ 등 괴담이 돌며 수산물 소비가 위축될 거라며 걱정했다. 부산시는 방류에 앞서 지난해 상반기 시민 1840명을 대상으로 시민 의식을 조사한 결과, 수산식품 구매와 레저활동 수요가 반 토막 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도마 위에 올린 광어를 손질해 회를 뜨던 33년 차 상인 B씨는 “휴가철에도 외국인 등 손님이 꾸준히 들었다”고 했다. “괴담이란 말은 듣기만 해도 치가 안 떨립니꺼. 근거도 없는데 손님들 겁먹게 하는 이야기 떠드는 거 보믄 입을 꼬매뿌고(꿰매버리고) 싶습니더.” 광어 대가리를 쳐내며 B씨가 덧붙인 말이다.
실제 수산물 거래량은 늘었다. 21일 수협 수산물계통판매통계를 보면 지난해 전국 수협의 1차 위판장에서 이뤄진 수산물 거래량은 148만2713톤을 기록했다. 원전 오염수 방류가 지난해 8월 시작됐지만 2022년(146만9763톤)보다 오히려 거래량이 늘었다. 올해는 6월까지 거래량이 80만6962t으로 작년 전체 거래량의 54.4% 수준이다. 이런 소비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수산물 거래량은 더 늘 것으로 보인다.
“거래량 증가, 증거의 힘”
남호석 부산연구원 연구위원은 “역사적 증거의 힘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정제되지 않은 방사성 물질이 바다에 무차별 유입됐다. 그런데 지난 10여년간 우리 해역 방사능 농도엔 영향이 없었다”며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라 관심을 갖게 된 시민 다수가 이런 사실을 깨달으며 수산물 소비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을 잘 이겨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 연구위원은 이어 “체계적인 방사능 모니터가 장기간 이어져야 시민이 계속 안심하고 수산물을 소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정용훈(원자력 및 양자공학과)교수는 "광우병 소동처럼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 유포로 엄청난 국민 세금만 낭비되고 국론이 분열됐다"라며 "괴담을 이용한 정치 세력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민주(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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