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원가주의 벗어난 전기요금, 이젠 정상화 과정 밟을 때
전기요금은 합리적으로 결정된 원가를 기반으로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전기요금의 원가를 구성하는 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발전사업자들에게 지불하는 전력구입 원가이다. 작년 기준으로 전력구입 원가는 한전 영업비용의 90%이다. 전기 수송을 위한 송·배전 원가 및 영업비용 등은 10%에 불과하다.
정부와 한전은 LNG에 부과되는 관세와 개별소비세 인하를 지속하고, 저원가 발전기의 정비계획 축소, 조정 등으로 연료비를 최소화하며, 전력예비력을 위해 대기하는 발전기 용량을 수요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송전 설비 등이 순간 고장일 때, 전력수요를 즉각 차단할 수 있는 고객과 사전 계약하고 이를 망 운영에 활용하여, 수도권으로의 송전을 보다 효율적으로 개선한 것은 매우 창의적인 접근이다. 송전설비 건설이 어려운 요즘 이러한 혁신은 지속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한전은 최근 2년간 7조9000억원, 올해 상반기에 2조8000억원 가량의 전력구입 원가를 절감했다고 하니 소비자의 입장에선 고마운 일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전의 천문학적인 부채와 누적적자 해소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작년에는 200조원을 상회하는 부채에 따른 이자만 4조5000억원을 지급했다고 한다. 얼마 전 발표된 한전의 상반기 영업이익이 2조 5000억원 수준이란다. 일견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이자만 간신히 지급할 수준이다.
AI 시대에 전력산업은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다.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원전과 재생에너지와 같은 무탄소 전원과 전력망 확충에 수 백조원의 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미래 투자 재원을 마련해야만 우리나라 산업과 경제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
원가와 시장의 원리에서 벗어나게 되면, 저렴한 전기요금으로 소비자가 누리는 편익보다 국가적으로 에너지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과 낭비, 세대 간의 불균형과 같은 부작용이 커진다. 이제는 전기요금의 정상화 과정을 밟아야 하겠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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