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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대명' 막은 김두관 "개딸 야유 안 섭섭해…9월 김경수 볼 것" [강찬호의 뉴스메이커]

김두관 전 국회의원 - 골리앗 이재명에게 맞선 민주당 ‘비명’ 주자
강찬호 논설위원
이재명 ‘대관식’으로 끝날 뻔했던 민주당 전당대회가 최소한의 관심을 끈 건 김두관 전 의원의 출마 덕분이란 얘기가 많다. 의원 시절엔 친명 행보를 했기에 그의 전대 출마를 두고 “이재명 들러리 아니냐”는 말이 많았다. 하지만 ‘하나회’ ‘집단 쓰레기’ 등 강한 단어로 친명을 맹공하고 금융투자소득세 논란 등 정책 대결까지 끌어내면서 그런 의혹은 해소된 인상이다. 85.4% 득표율로 압승한 이 대표에 맞선 그의 최종 득표율은 12.12%. 낮은 수치지만 ‘구대명(90%로 대표는 이재명)’을 막은 성과는 냈다. 전당대회 다음날인 19일 여의도에서 그를 만났다.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친명 맹공으로 들러리 의혹 벗어
12% 얻어 이재명 90% 득표 막아
개딸들 야유 ‘다양성’ 여기며 완주
호남 낮은 투표율은 당 위기 증거

‘김동연·김경수’ 거론만 해도 개딸 야유
행정자치부 장관과 경남지사, 국회의원을 지낸 김두관 전 의원은 “능력 없으면서 욕심만 부리는 건 권력욕이고, 시대 정신의 역사적 책무를 다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권력의지”라며 “10년전과 달리 지금은 분별이 된다. 권력의지로 정권을 탈환하는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전민규 기자

Q : 17개 지역을 돌며 유세할 때마다 개딸들에게 야유를 받았는데요.
A : “‘내가 대표가 되면 김동연·김경수 등 인재들이 용광로처럼 경쟁해 대선에 나가는 당을 만들겠다’고 하면 꼭 야유가 쏟아져요. 너무 시끄러워서 뭐라 그러는지 들리지도 않아요. 이재명 외에 딴 사람 거론 자체를 거부하는 거죠. 그래도 ‘우리 당 수준이 이렇습니까’ 받아치면 손뼉 치는 분들이 있긴 하더군요. 저는 ‘당신의 말에 동의할 수 없지만, 당신이 그 말을 할 권리를 지키는 데는 목숨을 걸 수 있다’는 볼테르의 말을 좋아합니다. 야유도 ‘다양성’의 하나로 보니 섭섭하지는 않았어요.”


Q : 개딸들에 맞서 조직을 동원할 생각은 없었나요.
A : “의원 세 분이 돕겠다는 연락을 했는데 ‘마음만 받겠다’고 했죠. 지금 당 분위기에서 저를 지지한다는 게 쉽지 않으니 그런 겁니다. 박용진, 강병원 전 의원은 ‘정말 어려운데 고생하신다’고 연락이 왔어요. ‘비명횡사’를 당해 고생하는 건 그분들인데, 고마웠죠.”


Q : 권리당원 최종 투표율이 42% 선에 그쳤습니다.
A : “막판까지 투표율이 30%가 안 됐어요. 그러자 마지막 이틀 동안 전국적으로 ARS 전화 조사 공세를 펼쳐 42%가 나온 거죠. 그래도 국민의힘 투표율 46%에 못 미쳤어요. 민주당은 원래 역동적인 당이고 야당인데도 여당에 뒤진 거죠. 경고음이 울린 겁니다.”


Q : 국민의힘은 ‘반윤’ 한동훈이 대표가 됐는데요.
A : “대통령 임기가 3년 남았는데도 여당 지지층 63%가 ‘찐윤’ 원희룡 대신 반윤 한동훈을 선택했어요. 정권 재창출 의지가 엄청난 거죠. 가벼이 볼 일이 아닙니다. 2012년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과 자신을 차별화한 박근혜가 정권 재창출에 성공하지 않았나요. 2년 전 대선도 저쪽(여당)은 외부인사 윤석열을 밀고 안철수까지 품어 이겼는데, 우리는 안철수는커녕 심상정마저 안지 못했어요. 집권 뒤 논공행상 싸움 날까 봐, 아니면 단독으로도 이긴다는 오만 때문에 뺄셈 대선 치렀다가 패했어요. 지금도 민주당은 1극 사당으로 가고 있으니 악몽이 재연될까 걱정입니다.”



“이재명, 정봉주 1등 참지 못했을 것”
권양숙 여사가 김 전 의원에게 선물한 부채. 전민규 기자

Q : 친명들은 당원들이 선택한 결과일 뿐 ‘사당화’가 아니라는데요.
A : “그럴수록 소수 의견을 경청해야 하는데, 당헌·당규 맘대로 고치고 경선에서 나오기 마련인 비판의 목소리를 ‘내부총질’이라 하니 문제죠. 총선 공천에서 강병원·박용진·고영인 등 비명들을 ‘횡사’시킨 게 진짜 내부총질 아닌가요. 부산 경선 때 당원들이 ‘국민의힘이 민주당 같고 민주당이 국민의힘 같다’는 말을 많이 하더군요. 이번 전대에 만일 이재명 후보가 안 나왔으면 나랑 김지수 후보만 나왔겠습니까 ? 이재명은 전당대회 나오는 대신 대선에 대비해 정책을 개발하고 법원에 출석하는 게 적절했는데 .”


Q : 민주당은 총선 압승을 했지만 PK(부산·경남·울산)에선 재미를 못 봤습니다.
A : “부산의 최대 현안이 산업은행 이전인데, 서울이 지역구인 김민석 의원이 정책위 의장된 뒤 일성으로 ‘이전 불가’라고 했죠. 이재명 대표도 올 초 부산에서 테러를 당한 뒤 1급 부산대 외상센터 대신 헬기로 서울대 병원 갔잖아요. 그 때문에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에 따른 반정부 민심도 날아갔어요. 게다가 민주당은 PK에 바람을 일으킬 전국적 스타를 투입하지도 않았어요. 또 PK가 현 정부에 실망한 건 사실이지만, 잘한 것도 없는 민주당이 PK가 선택한 윤 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하니 지역의 거부감이 커져 여당으로 결집한 거죠. 당초엔 200석까지도 갈 수 있었기에 아쉬움이 큽니다.”


Q : 전당대회에서 호남 투표율이 최하위인 것도 눈에 띄는데요.
A : “내 최다 득표율이 호남(15%)이에요. 고향인 경남에선 11%이었습니다. 반면 투표율은 호남이 가장 낮았죠. 핵심 지지층이 등을 돌린 거예요. 총선 때도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 비례는 조국혁신당)’ 물결이 가장 센 곳이 호남이었는데, 전당대회도 같은 선상인 거죠. 그래선지 당 지도부는 여론조사 응답자를 민주당 지지자와 무당층에 한정했어요. 조국혁신당과 정의당 등 지지층은 뺀 거죠. ‘지민비조’가 드러날까 봐 그런 거예요. 당에 항의했지만 마이동풍이었어요.”


Q : 최고위원 경선 1등이던 정봉주 후보가 ‘명팔이’ 발언 뒤 6등으로 떨어져 탈락했습니다.
A : “이 대표로선 팬덤 많고 자기 생각도 있는 정봉주가 수석 최고위원이 되는 게 불편했겠죠. 대신 확실하게 친명을 자임한 김민석의 1등 당선을 바랐을 겁니다. 그런데 3등권에 머무르니 ‘왜 표가 안 나오냐’고 메시지를 줘 순식간에 1위로 끌어올린 거죠. 이에 정봉주가 불공정을 지적하면서 반발한 건데, 개딸들 보기엔 ‘역린’을 건드린 거죠.”

지난 12일 정봉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는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재명팔이'하며 실세 놀이하는 무리들을 당의 단합을 위해 뿌리뽑겠다"고 말했다. 뉴스1
“‘살인자’에 ‘전현희 당선’ 감 와”

Q : 전현희 후보도 김건희 여사를 ‘살인자’라고 한 직후 2위가 됐죠.
A : “그 말 듣고 바로 감이 오던데요. ‘당연히 당선되겠다’는 일반 국민은 과도하다고 여기겠지만, 민주당 강성 지지층은 윤 대통령을 하루빨리 탄핵하고 대선을 치르고 싶으니 그런 말에 환호하는 거예요.”


Q : 친명 조직인 ‘혁신회의’를 향해 ‘하나회가 연상된다’고 맹공했는데요.
A : “당 외곽 조직의 하나일 뿐인데, 공천을 좌우하는 시·도당 위원장이 6명이나 나왔어요. ‘지방선거 생각 있으면 혁신회의 들어와야 한다’는 말이 돌면서 현역 의원도 44명이나 가입했죠. 이건 (혁신회의 들어와야 친명 인증된다는) 압박이거든요. 당직을 친명으로 채운 이 대표가 당내 최대 계파까지 만들고 있는 거예요. 85% 넘는 지지로 대표가 됐지만, 여전히 자신의 계파에 안 들어온 이는 못 믿겠다는 거죠. 육사 출신들도 못 믿고, 하나회여야 믿겠다는 것과 뭐가 다른가요.”


Q : 지난달 중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방문했는데.
A : “드러내놓고 제 편을 들어주신 건 아니지만, 출마에 큰 의미를 부여해주셨습니다. ‘어려운 결단을 했다. 당신이 안 나갔으면 당도, 이 대표도 힘들었을 거다’고 하시더군요.”


Q : 지난 4년간 국회의원 시절엔 ‘친명’ 아니었나요.
A : “2년 전 대선 때 이재명이 경쟁력 있다고 보고 지지했죠. 그가 계양 보궐 선거에 출마했을 때나, 내가 원내대표 출마했을 때도 친명 쪽에 섰습니다. 그런데 그가 대표 2년 하는 것 보니 너무 독선적이에요. 총선 공천도 그렇고요. 지난해 9월 검찰이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던졌을 때 의원들에게 부결을 요구하는 대신 ‘자유 투표에 맡긴다’고 했으면 지금쯤 이 대표는 민주당의 ‘지존’이 됐을 겁니다. 나야 부결표를 던지긴 했지만 말이죠. 이런 이유로 이재명 독주에 단 1%라도 반대가 있다는 걸 알리려고 전대에 출마한 거죠. 다른 유력 주자들은 패배가 두려워 안 나갔지만 나는 다르거든요. 이재명 1극 체제에 논란을 일으킨 점에서 존재를 증명했다고 생각해요.”

연임에 성공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제1차 전국당원대회에서 당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뉴스1

Q : 10월 선고될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과 위증교사 1심에 대해 ‘당내에서 쉬쉬하지만 실은 걱정이 많다’고 했는데요.
A : “하나라도 유죄가 나오면 이 대표가 온통 신경을 써야 하니 당연히 리더십이 흔들릴 거고요. 윤석열 정부에 마음을 돌린 국민이 70% 라지만, 1심이라도 유죄를 받은 후보가 확실하게 이겨 정권을 빼앗아올 보장이 없는 점도 당으로선 문제죠. 그래서 한 얘깁니다.”


Q : 앞으로의 거취는요.
A : “당의 정권 탈환에 기여할 길을 고민할 겁니다. 2년 뒤 지방선거는 후배들에 길을 열어주고 싶어요. 난 벌써 14년 전 경남지사를 했으니까요. 9월에 독일 가볼까 하는데, 마침 복권된 김경수가 거기 있다니 기회 되면 만날까도 생각합니다. 난 과거 독일에 1년 넘게 있으면서 연합정치의 우월성을 경험했기에 연정론자예요. 그런데 4·10총선 때 이재명 대표는 비례대표를 병립형으로 선출하려 했어요. 비례대표 18석을 대표가 다 정하겠다는 얘기죠. 그래서 내가 연동형 선출방식을 강력히 주장하며 의원 100명의 서명까지 받았는데 몇 명이 이 대표 눈치 보고 빠져 95명에 그쳤죠. 그래도 덕분에 준연동형으로 절충이 이뤄졌습니다. 그거 안 했으면 민주당 175석 절대 못 얻었을 겁니다.”


Q : 전당대회 끝난 뒤 의원들 위로 전화 오던가요 ?
A : “19일 아침에 박지원 의원이 ‘못 도와줘서 미안한데 고생하셨다’고 전화를 걸어왔어요. 사실 그분이 도와준 건 없어요. 방송에서 ‘김두관의 출마를 말렸다’고 했는데 내겐 안 좋았던 코멘트죠. 이건 실은 (이 대표에) 신호를 주는 거죠. ‘22대 후반기 국회의장에 나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당신을 이렇게 돕고 있으니, (친명) 조정식으로 미리 (후반기 의장을) 정해놓지 말라’는.”



강찬호(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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