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폭로로 본 K능력주의…개인·조직의 상생 방법 찾아야 [박가분이 소리내다]
귀국 후 안 선수의 구체적인 요구가 보도되자 “광고를 찍지 않아도 배드민턴만으로도 경제적 보상을 충분히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스폰서나 계약 부분을 막지 말고 풀어줬으면 좋겠다” 등 금전적 문제에 대한 갈등이 노출됐다. 여자는 만 27세, 남자는 만 28세 이상이어야 개인 자격으로 국제 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한 규정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안 선수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시 협회가 아닌 개인 자격으로 출전하는 것을 막지 말라는 것이다. 결국 갈등의 핵심은 선수에 대한 정당한 보상의 범위와 개인의 자율성을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는 문제이다.
물론 선수에 대한 협회의 지원이 미흡했다는 정황이 여럿 보도됐고 여론은 여전히 안 선수에게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협회의 반론 중에도 일부 참작할만한 부분이 있다. 배드민턴용품기업의 개인 후원에 대한 제한을 전면적으로 풀 경우 형평성 문제는 물론 종목 선수층의 장기적인 재생산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프로 선수 체계가 잡혀 있지 않은 배드민턴 종목의 경우 기업 후원이 유명 선수에게 쏠리면 유소년 선수 육성은 물론 국내 대회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한국사회의 세대 가치관 충돌 상징
현재의 갈등 구도에서 선수 개개인의 희생과 헌신을 요구하는 스포츠 협회의 논리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협회 스스로 얼마나 진정성 있게 선수를 위해 봉사했느냐는 물음에 답해야 한다. 대가 없는 희생에 대한 반발은 젊은 세대가 이른바 ‘K-능력주의’로 기우는 결과를 초래한다. K-능력주의란 더는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K-권위주의에 대한 반작용으로 성립한다. 개인의 희생과 헌신이 결국 더 큰 보상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이 붕괴한 상황은 청년세대가 눈에 보이는 정량적 성과에 기반한 분배 논리에 매달리도록 만든다.
‘헌신하면 더 큰 보상’ 믿음 줘야
안세영 선수에 대한 동정론의 결이 세대별로 다른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갈등 사태 초반에 사회 정의파 성향의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 문제를 강자와 약자 간에 벌어지는 전형적인 갑질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 안 선수가 개인 후원 쟁점을 제기한 이후 청년 커뮤니티 여론이 들끓었던 현상은 그가 국제 대회에서 발군의 성과를 냈음에도 낡은 조직 문화에 구속 받은 채 불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극단적 능력주의도 문제 있어
한편 이번 사태에서 안세영 선수가 “제가 하고픈 이야기에 대해 한번은 고민해주고 해결해주는 어른이 계시기를 빌어본다”고 발언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국제 성적 향상과 종목의 인지도에 기여한 주역인 선수들의 ‘피·땀·눈물’에 합당한 보상을 하면서도, 종목 전체의 지속 가능성과 선수 개개인의 발전이 함께 갈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안착시키는 것은 결국 ‘어른의 몫’이다.
박가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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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가분(th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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