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놓고 의료계 갈등...간협 "전공의 업무 강요" 의협 "정권퇴진운동"
지난 13일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원내 수석 부대표는 간호법 등 '비쟁점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22일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간호법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그 후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양당이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노력하는 상황인데, 세부 내용은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간협 조사에 따르면 시범사업 대상 수련병원(387개) 가운데 실제로 참여한 곳은 39%(151개)에 그쳤다. 하지만 시범사업에 나서지 않은 병원들도 간호사들에게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의사 업무를 맡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협은 "간호사 10명 중 6명은 병원에서 전공의 업무를 일방적으로 강요받고 있다"고 밝혔다. 5년 차 간호사 이모(29)씨는 "원래 하던 일은 줄지 않았는데 전공의 업무까지 더해졌다"면서 "간호법이 없어 법적 보호도 못 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사에 참여한 간호사들은 환자 안전사고 발생 등에 대한 부담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간협에 "점점 더 일이 넘어오고, 교육하지 않은 일을 시킨다"거나 "시범사업 과정에서 30분∼1시간 정도만 교육한 후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간협은 의료공백에 따른 병원 경영난으로 '고용 불안'도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41개 상급종합병원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채용한 신규 간호사 8390명 중 아직 발령받지 못한 간호사(13일 기준)가 6376명(76%)에 달했다.
탁영란 간협 회장은 "실태조사 결과 국민 생명과 환자 안전을 위해 의료현장을 지키는 간호사를 보호할 수 있는 법체계가 허술하고 미흡하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사 집단행동이 장기화하면서 간호사의 근무 환경은 날로 악화하고 있다"며 간호법 제정을 촉구했다.
의협은 간호법이 통과되면 의료 현장에서 환자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PA간호사 등이 의사 업무를 침해하는 등 보건의료 직역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본다. 20일 브리핑에서도 "PA간호사로 의사를 대신한다는 발상은 위험하며, 간호사들도 꺼린다"면서 "전공의들이 복귀할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문상혁(moon.sang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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