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 매직' 없네…8월 중순에도 전력 수요 기록 갈아 치웠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오후 5시 최대 전력 수요가 9만7100㎿(메가와트)로 집계되면서 역대 최고 수요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날 예측한 9만6600㎿를 넘어섰다. 덥고 습한 공기가 유입돼 전국이 무더운 가운데 태양광 설비가 집중돼 있는 호남권의 흐린 날씨로 태양광 발전량이 낮아 수요가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8월 중순인데 전력 수요 연일 경신
특히 전력 수요가 8월 중순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2020년 이후 4년 만이다. 최근 5년간 여름철 최대 전력 수요 일자를 보면 2020년(8월 26일)을 제외하면 ▶2019년 8월 13일 ▶2021년 7월 27일 ▶2022년 7월 7일 ▶2023년 8월 7일로 모두 7~8월 초 전력 수요가 최대를 기록했다.
당초 산업부는 올해도 8월 5~9일 사이 올여름 최대 전력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이상기온 등으로 예상이 빗나갔다. 서울의 경우 지난 7월 21일 이후 30일째 열대야가 이어져 근대 기상 관측 이래 117년 만에 ‘한 달 연속 열대야’를 겪었고 인천과 부산도 ‘최장 열대야 기록’을 각각 28일과 26일로 늘렸다. 냉방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태풍 종다리, 더위 부추길 수도
여기에 종다리가 태양광 발전 효율을 낮춰 전력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종다리는 서남부 해안을 스쳐 북상하면서 호남권에 넓은 비구름대를 드리울 것으로 전망된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태풍으로 인한 구름대가 호남권에 넓게 분포하면 전력 피크 시간대 전국 평균 태양광 발전 효율이 10%포인트가량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금도 공급예비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는 등 수급 상황이 빠듯하다. 이날 공급예비율이 8.5%를 기록하자 최남호 산업부 2차관은 유관기관과 긴급회의를 열고 전력 수급 상황을 점검했다. 공급예비율은 전력 공급에서 전력 수요를 뺀 여유분을 뜻한다. 통상 10% 미만으로 떨어지면 정부는 긴장 상태에 돌입하고, 5% 미만이면 비상대응에 나선다.
다만 2011년과 같은 대규모 블랙아웃(대정전) 위기는 재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지난해 신한울 원전 1호기가 가동에 들어갔고, 올해는 2호기가 가동되고 있다. 각각 1400㎿로 두 기를 합치면 천연가스 발전소 6개 몫을 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도 “사전 계획된 예비 자원을 시의적절하게 활용해 전력 사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수급을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폭염 일수 증가, AI(인공지능) 산업 확대 등 매년 커지고 있는 전력 수급 불안정에 대비해 장기적인 대책 마련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 초빙교수는 “예컨대 영흥화력발전소의 1·2호기의 환경 설비 개선 공사가 지연되면서 화력발전 2기가 멈춘 지 1년이 넘었고 이상기온 현상도 반복되고 있다”라며 “전력 수요 예측을 어렵게 하는 변수들에 대비해 대응 방안을 만들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우림(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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