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과 합병 보류”…주주 반발에 셀트리온 백기, 재추진 여지 남겨
셀트리온그룹은 16일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의 각 이사회가 논의한 끝에 현재로선 합병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셀트리온그룹은 “양사 주주 이익이 수반되는 통합은 언제든 검토 가능하다”고 밝혀 재추진 여지를 남겼다.
셀트리온 주주 반대가 결정적이었다. 셀트리온그룹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4일까지 양사 주주를 대상으로 합병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셀트리온 주주 중 합병 찬성은 일부(8.7%)에 그쳤다. 반면 셀트리온제약 주주는 과반수(67.7%)가 합병을 지지했다. 셀트리온 주주들은 양사 합병 비율에 가장 큰 불만이었다. 셀트리온제약의 가치가 셀트리온에 비해 고평가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순이익 기준 셀트리온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2배지만 셀트리온제약은 195배로 크게 차이가 난다.
반면 셀트리온제약 주주들은 신약 개발에 시너지를 내 종합 생명공학연구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합병을 찬성했다. 셀트리온제약 이사회는 “우선은 추진 중인 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해 이른 시일 내 기업 가치에 부합하는 역량을 갖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이 지분 98.13%를 보유한 지주사 셀트리온홀딩스와 서 회장은 일반 주주들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취지로 주주 설문조사에서 다수 의견 비율에 보유 지분을 산입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 결과 서 회장과 셀트리온홀딩스가 각각 3.79%, 21.86%를 보유한 셀트리온 주주 설문조사에서 합병 반대 비율이 최종 70.4%, 기권 의견까지 합하면 약 96%가 반대했다. 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합병을 추진할 경우 주식매수청구권 자금이 지나치게 커져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이 생길 수 있다. 이재식 셀트리온 이사회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양사의 합병 추진 결정이 주주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는지 독립적으로 검토했다”라고 밝혔다.
합병 왜 추진했나
그간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이 만든 바이오 의약품 복제약(바이오 시밀러)을 관계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의 자회사 셀트리온제약이 구매해 각각 해외와 국내에서 판매하는 사업구조 때문에, 분식 회계 의혹을 받아왔다. 계열사 간 거래 과정에서 가짜 매출을 일으키거나 이익을 부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2년 셀트리온의 회계 처리에 고의성은 없었지만 기준을 위반한 부분이 있다며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요구했다.
이에 셀트리온그룹은 지난해 12월 셀트리온이 관계사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흡수 합병했고, 올해는 셀트리온에 자회사 셀트리온제약을 흡수시켜 3사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여지 남겨둔 셀트리온
합병 무산 소식이 전해지자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의 주가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셀트리온은 전날보다 1.34% 오른 19만7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코스닥 상장사인 셀트리온제약은 전날보다 1.82% 떨어진 7만5799원에 장을 마감했다.
김경미(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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