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해도 돼요?" 허락받는데 9년…증권소송 20년째 '개점휴업'
한국은 부실 공시, 시세 조종 등으로 피해입은 사람들을 효율적으로 구제하기 위해 2005년 ‘증권관련집단소송법’을 시행했다. 피해자 대표가 손해배상을 청구해 승소하면 다른 피해자들도 배상받을 수 있는 일괄구제 제도로, 기업의 정도 경영과 투명성을 높이려는 취지였다.
하지만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전국 법원에 제기된 증권집단소송은 단 6건으로,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했다. 인구 차이를 고려해도 미국연방법원에 2021년에만 211건의 증권집단소송이 제기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치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5년 미국에선 투자자들은 폭스바겐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해 4800만 달러(약 650억원)를 배상받았다. 폭스바겐이 배출 가스량을 조작해 미국에 상장된 주식예탁증서(ADR)가 폭락했고,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었다는 점이 일부 받아들여진 것이다.
‘소송 허락’에만 9년…범위 제한적
법조계 안팎에선 집단소송 제도의 진입 장벽이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인 최승재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는 “남소를 방지하고 ‘집단’이 제대로 형성된 것인지 보기 위해 6심제처럼 까다롭게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한국과 달리 증권 분야 뿐 아니라 일반 민사 사건에서도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손해배상 청구 적용 범위도 별다른 제한이 없다. 일본도 증권을 포함한 모든 소비자 계약 분야에서 집단소송이 가능하다. 대신 일본은 정부가 인정한 소비자단체만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승소하더라도 개별 피해자가 소송에 참여해야 배상받을 수 있다.
최승재 변호사는 “공동소송처럼, 집단소송을 하나의 소송 형태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과 같은)대륙법계인 프랑스, 일본처럼 위법한 행위가 있었는지, 배상책임을 얼마나 인정할 건지 여부만 판단하는 2단계 집단소송 제도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주 돈 인식 바뀌어야 밸류업 성공”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들이 주주 소통을 강화하게 만들기 위해선 금융 당국의 사전 규제뿐 아니라 주주 소송이라는 양 날개가 작동해야 한다. 금융 시스템엔 허점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한국은 사전 규제에 비해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묻는 소송은 활발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부분 국내 기업은 주식 상장으로 얻은 주주자본비용은 ‘제로(0)’라고 생각하는데, 일본이 그랬듯 한국도 밸류업을 위해선 주주자본비용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며 “상장 기업의 주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이 바뀌어야 결국 주주 소통, 밸류업도 이룰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병준(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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