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전력 수요 급증하는데…5분기 째 동결한 전기료 '부담'
11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전국 전력 수요량은 지난 5일 93.8GW(기가와트)를 기록했다. 역대 여름철 최대치다. 여름철 최대 전력 수요는 91.1GW(2021년 7월 27일)→93GW(2022년 7월 7일)→93.6GW(2023년 8월 7일)로 매년 상승세다. 3년 만에 1.4GW급 신형 원전 2기 가까운 수요가 늘었다. 전력 위기 경고등 역할을 하는 전력 예비율은 5일 9%까지 떨어졌다. 2년 만에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며 냉방 사용이 급증해서다.
‘7말 8초’에 전력 수요 정점을 찍던 과거 패턴이 달라진 만큼 앞으로도 안심할 수 없다. 기상청은 과거 더위가 한풀 꺾였던 8월 셋째 주에도 올해는 서울 등 수도권 낮 기온이 30도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게다가 산업계가 휴가를 마치고 이번 주부터 생산 활동에 복귀하기 시작하면 다시 한번 최대 전력 수요를 경신할 가능성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여름 최대 전력 수요를 92.3~97.2GW로 예측했다.
낮은 전기요금이 여름철마다 조마조마한 전력 수급을 부채질한다. 한국의 주택용 전기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저렴한 수준이다. 산업용 요금도 평균 이하다. 전기료 부담이 적다 보니 에너지를 거의 전량 수입하는데도 전기를 과소비한다. 한국의 전력 소비량은 세계 7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선 4위다.
이런 상황에서 5월 국회 개원 후 강경 대치하던 국회가 모처럼 만에 의견을 모은 것이 취약층에 대한 전기요금 감면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취약층에 전기료 월 1만5000원을 추가 지원하자고 제안하자, 여야 정책위의장이 만나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도 “취약층 지원을 더 강화하는 방안을 당과 상의했다. 재원 확보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취약층 지원은 필요하지만, 전기료 인상을 수반하지 않으면 결국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한국전력공사는 2분기 928억원 규모 영업손실(별도 기준)을 기록했다. 3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누적 적자는 2021년부터 현재까지 41조867억원에 달한다. 한 해 이자비용만 4조원이다. 지난해 5월 2분기 주택용 전기료를 인상한 뒤 5분기 연속 동결한 후폭풍이다.
4분기(10~12월)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권 3년 차로 정부 동력이 충분한 데다, 상반기에 총선을 치른 만큼 눈치 보지 않고 에너지 요금을 정상화할 ‘골든 타임’이라서다. 변수는 가까스로 2%대까지 끌어내린 물가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석유류 물가는 1년 전보다 8.4% 올랐다. 2022년 10월(10.3%) 이후 2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최근엔 중동 정세마저 불안한 상황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공요금 인상 시점은 물가 상황을 보고 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기환(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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