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외치니 집게팔 쭈욱...카카오모빌리티 택시기사 자녀들 코딩 교육

지난 4일,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카카오 AI 캠퍼스’. 30여명의 중학생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 학생이 손바닥보다 조금 큰 크기의 로봇을 앞에 둔 채 말했다. “음성 인식 기능입니다. ‘약’이라고 외쳐 볼게요. 약.” 그러자 로봇은 사전에 구급약으로 설정해 놓은 생수통에 천천히 접근했다. 이후 집게처럼 생긴 팔을 펼쳐 생수통을 번쩍 집어 들었다. 학생들 사이에선 박수가 터져 나왔다.

로봇의 움직임을 구현한 건 ‘인명 구조 모빌리티’ 서비스다. 실종 사건이나 화재같이 긴급한 상황에서 시민들이 로봇을 쉽고 편하게 쓸 수 있게 개발한 서비스다. 드론을 통해 약을 배달하거나 GPS를 활용해 정확한 위치를 추적하는 기능도 포함하고 있다. 또 손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해 음성인식 기능을 더했고, 결제 시스템까지 갖췄다. 이 서비스를 기획하고 만든 건 카카오모빌리티 ‘주니어랩 캠프’에 참가한 이수연(14) 양과 같은 조 학생 5명이다. 서비스 구상부터 기획, 교구용 로봇 조립과 코딩 값 입력까지 모두 수연 양과 친구들이 직접했다.

택시운송업을 하는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 국적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수연 양은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이번 주니어랩 캠프 참가자로 선발됐다. 그는 “인공지능(AI)이나 모빌리티 기술 같은 것들이 막연하게만 느껴졌는데, 캠프에 와서 직접 경험해보니 AI 기술이 뭔지, 왜 공부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주니어랩 캠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기사들의 자녀나 손자녀들의 성장을 지원하고 택시 업계와 지속적인 상생을 실천하기 위해 지난해 만든 프로그램. 올해는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진행됐다. 캠프 참여 학생들은 3박 4일간 교육 기간 동안 전문 교구를 활용해, 자율주행차와 다양한 스마트모빌리티 기획 아이디어를 코딩으로 구현했다. 앱 서비스를 구상하거나 UI(사용자 환경)·UX(사용자 경험)를 기획하는 시간도 가졌다. 카카오모빌리티에서 일하는 개발자와 기획자들은 멘토링 세션 등에 참여하며 학생들을 도왔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의 IT 역량을 활용해 택시업계 종사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한 끝에 진행한 프로그램”이라며 “이런 경험들을 통해 미래 세대가 모빌리티 기술에 대한 관심을 더 키울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정민([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