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엄마 김혜자 같아…미묘한 감동 연기
크로싱(Crossing)
리아는 테클라를 알고 지내던 동네 건달 아치와 동행을 한다. 그 역시 일자리가 많은 이스탄불로 가고 싶어 하는 버려진 인생이다. 이스탄불의 트랜스젠더 타운에 도착한 두 사람은 이곳저곳 테클라를 찾아다니지만 그녀는 어디에도 없다.
조지아로 돌아가려던 리아는 트랜스젠더들의 법적 문제를 돌봐주는 에브림을 만난다. 일행은 그녀의 안내로 테클라의 행방을 다시 추적한다.
스웨덴의 레반 아킨 감독은 2019년 퀴어 영화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And Then We Danced)’로 LGBTQ 커뮤니티의 환영을 받았다. 이스탄불의 트랜스젠더 커뮤니티 탐방기 ‘크로싱’은 인위적인 영화 기법에 의존하지 않는다. 아킨은 젠더 이슈에 접근하면서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지 않는다. 감독의 특별한 메시지도 없다. 대신 예리하고 미묘하다. 가슴 뭉클한 감동이 있다.
테클라를 찾는 여정에서 보고 느끼는 인생의 후회, 연민, 조건 없는 사랑에 대한 사유는 중반부 이후 등장하는 에브림을 통해 전달된다. 그녀는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자 아킨의 메신저다. 에브림의 친절함은 리아의 트랜스젠더에 대한 편견의 장벽을 무너뜨린다.
특정 집단에 대한 성차별, 증오, 배제의 증오심을 지니고 살던 리아였다. 트랜스젠더를 부정하고 그들을 사회로부터 분리하려 했다. 영화는 무지와 편협함으로 인하여 파괴되는 인간성, 그리고 그로 인한 아픔을 이야기한다. 아킨은 버려지고 잊힌 인생들에게도 그들끼리의 진정한 유대감이 있음을 독특한 시선으로 표현해 낸다.
아킨은 자신의 주인공들에게 친절하지 않다. 모두가 보잘것없고 끊임없이 서로 충돌하는 가여운 인생들이다. 리아는 때로는 비열하고 심술궂고 용서에 인색하다. 리아 역 아라불리의 연기는 한국의 ‘국민 엄마’ 김혜자를 연상시킨다. 겉으론 완고하고 냉정하지만 연민과 인정이 베어 있는 연기, 말하지 않고 몸짓과 표정만으로 보여주는 아라불리의 연기에 자비와 수용이 있다. 그녀의 연기가 뿜어내는 카타르시스에 관객은 그저 빠져들 뿐이다.
아킨은 젠더 이슈를 수용의 문제로 바라본다. ‘크로싱’은 차별과 증오의 시대에 던지는 아킨의 화합과 수용의 메시지다. 가슴 아픈 고찰이며 공감과 연민에 대한 진심 어린 탐구이다.
김정 영화평론가 ckkim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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