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뺏다’와 ‘뺐다’의 차이
‘상습 폭행하는 것도 모자라 금품 갈취까지-’.‘금품 갈취’를 좀 더 쉬운 말로 풀어 “돈과 물품을 뺐다”고 표현하는 이도 있다. 맞춤법에 맞는 것 같지만 이렇게 쓰면 다른 사람의 돈과 물품을 강제로 제 것으로 만들다는 뜻이 되지 않는다. “돈과 물품을 뺏다(과거형은 뺏었다)”로 바루어야 의미가 통한다.
‘뺐다’는 동사 ‘빼다’의 과거형으로 ‘갈취하다’는 뜻과는 무관하다. “예금통장에서 돈을 뺐다(빼었다)”처럼 저금·보증금 따위를 찾다, “목록에서 그 물품을 뺐다(빼었다)”처럼 전체에서 일부를 제외하거나 덜어 내다 등의 의미로 사용된다.
남의 것을 억지로 제 것으로 만들다, 남의 일·시간·자격 따위를 억지로 차지하다는 뜻의 동사는 ‘뺏다’이다. “그들은 수십 차례에 걸쳐 금품을 뺐은 것으로 드러났다”와 같이 표기해서는 안 된다. ‘금품을 뺏은’으로 고쳐야 맞다.
‘뺏다’의 본딧말인 ‘빼앗다’를 써서 ‘금품을 빼앗은’ ‘돈을 빼앗아’라고 해도 된다. ‘빼앗다’와 ‘뺏다’는 본말과 준말의 관계이므로 어느 것을 사용해도 무방하나 ‘빼았고(뺐고), 빼았지(뺐지), 빼았다(뺐다)’로 잘못 활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빼앗-(뺏-)’이 어간이므로 ‘빼앗고(뺏고), 빼앗지(뺏지), 빼앗았다(뺏었다)’로 활용하는 게 바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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