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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몸땡이

미국 친구 생일, 오랜만에 맨해튼에서 점심을 했다. 버스를 타며 역사적으로 처음 시니어 디스카운트를 사용했다. 62세부터 디스카운트가 된다는데 아직 써본 적이 없었다. “라운드 트립 for 시니어” 라고 하니 군말 않고 4.70달러짜리 뉴욕-뉴저지 왕복표를 척 내주시는 기사님, “왓? 아 유 어 시니어? 리얼리?” 이런 반응을 기대한 것은 물론 아니다. 나 그러면 안 되는 거 안다! 하지만, 항의 1도 없이 시니어 디스카운트를 적용해주는 기사님을 보며, 나이를 실감한 하루였다.  
 
이뿐일까! 아주 오래전 화장품 가게에서 내게 조심스레 아이 크림을 권할 때, 아, 난 알았다. 내 얼굴에 다크써클이 늘어가고 있구나. 평생 화장할 때, 선크림을 써본 적이 없었다. 바닷가에 가는 것도 아닌데 왜! 아들들과 남편, 이렇게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살다 보니 이렇게 미용에 무식했다. 한 10년 전 누가 내가 선크림안 쓰는 걸 보고 경악하며 사준 후에야 선크림을 바른다.  
 
요즘에는 사람들이 별거를 다 권한다. 먹기도 바쁜 비타민C를 얼굴에도 바르란다. 바르라는 것의 숫자가 날로 늘어난다. 심지어 머리카락에도 뭔 오일을 바르고 드라이를 하란다. 아, 정말 귀찮아 죽을 지경이다. 먹으라는 보조식품도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 그런 거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얼마 전, 오른쪽 엄지손가락이 잘 굽혀지지 않았다. 엄지를 못 쓰니 타이핑도 불편하고, 펜도 잘 못 잡고, 물병도 못 연다. 연약한 얼굴을 하고 열어달라고 해야 한다. 갑자기 막 왼손잡이가 된다. 의사는 트리거 핑거라고 일주일에 두 번 물리치료를 받으라며, 사용하지 말라고 조그만 캐스트를 엄지손가락에 씌워버린다. 주 네 시간을 엄지손가락 때문에 보내야 하다니, 입이 댓발은 나와서 치료하러 다녔다.  
 


미용실 가는 시간조차 아까워하는 내가 요즘은 ‘몸땡이’에 많은 시간을 보낸다.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분명 얼굴은 사오십대로 보이는 뽀사시한 나의 ‘젊은 늙은이’ 친구들이, 앉았다 일어설 때면, 차에 타고 내릴 때면, 아주, 아구구구 곡소리가 난다. 다들 여기저기 아픈 몸땡이를 고쳐가며 쓰느라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이 대열에 합류한 나도, 평생 주간 행사, 월간 행사로 드나들던 짐에서 이젠 개인 트레이닝까지 받는다. 필라테스도 하고, 마사지도 받는다. 필라테스, 마사지 등이 연이어 예약되어 있던 날, 감정노동으로 늘 뭉쳐있는 나의 목과 등 근육을 풀어주는 마사지 선생님은, 환하게 웃으며, 아유, 오늘 호강 잘하고 계시나요? 이러신다, 글쎄. 난 고문받는 사람처럼 입이 또 댓발은 나와서 여기저기 끌려다니고 있는데.  
 
생각해보면 행복한 투정이다. 시니어 디스카운트 나이까지 살아있는 것만도 분명 감사할 일이다. 살아있으니 처덕처덕 얼굴에 뭐도 바르는 거다. 또한 문제 많은 ‘몸땡이’지만, 살아있고 할 일이 있으니 고쳐가며 쓴다. 이런 몸을 정성껏 스트레칭을 해주고 치료해주는 분들이 있음도 너무 감사한 일이다.  
 
나이 들수록 굳어지는 것이 문제다. 몸도 말랑, 마음도 말랑해야 한다! 근육이 굳어져 몸에 문제가 생기듯, 마음이 굳어지면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긴다. 편협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자, 이제, 억울한 생각일랑 접고, 육십년 넘게 한결같이 나를 지탱해주는 내 ‘몸땡이’에 감사하기로 한다. 위로하고 사랑하고 돌보리라 결심한다. 고쳐가며 살아가기로 다짐한다. 자, 오늘도 수고하는 내 소중한 몸땡이야, 아자 아자, 홧팅!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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