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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국힘 아니면 정말 어쩔 뻔"…탄핵역풍도 지우는 與자해싸움 [view]

전당대회(全黨大會)는 문자 그대로 전 당원이 모여 대표를 뽑는 축제 같은 행사다. 각 후보는 비전을 제시해 당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높아진 주목도는 컨벤션 효과로 이어져 지지율도 오르게 마련이다.


그런데 지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희한하다. 191석 거야(巨野)에 맞설 전략이나 지도자의 비전은 안 보인다. 김건희 여사의 문자,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 일명 ‘지라시’에나 나올 법한 각종 소문만 난무한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수준을 넘어 탄핵 청문회 등으로 윤 대통령 탄핵 군불을 때는 야권에 공격의 빌미를 주는 모양새다.

나경원, 윤상현, 원희룡,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오른쪽부터)가 10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있다. 송봉근 기자

대표적인 게 정치권의 주홍글씨인 ‘댓글팀’ 논란이다. 1월 23일 김 여사가 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한동훈 후보에게 보낸 문자 중 “요 며칠 제가 댓글팀을 활용하여 (한동훈) 위원장님과 주변에 대한 비방을 시킨 얘기를 들었습니다. 너무도 놀랍고 참담했습니다”라는 대목이 발단이었다. 댓글팀은 없다는 취지였지만 정치권에선 당장 “댓글팀이란 용어 자체가 신기하다. 이건 뭘 아는 사람들의 대화”(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라는 반응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이를 진화하긴커녕 연일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치받고 있는 친윤계와 친한계가 기름을 부었다. 친윤계 장예찬 전 최고위원이 9일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일 때부터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는 팀이 별도로 있었다”고 주장하자 친한계 박정훈 의원이 “황당한 얘기다. 근거를 대라”고 맞서면서 여권 전체에 댓글팀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자칫 사법처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당무개입 논란도 튀어나왔다. 김 여사의 문자 ‘읽씹’(읽고도 무시)논란이 커지자 한 후보 측이 “당무개입이자 전당대회 개입”이라고 대응하면서다. 당장 친윤계가 “대통령실이라도 처벌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발하자 친한계는 “문자를 퍼다 나른 것으로 의심되는 건 친윤계‘라고 맞서면서 당무개입 논란은 일파만파다.

그러는 사이 지난 총선을 지휘했던 한동훈 후보가 “사적으로 공천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친윤계를 등에 업은 원희룡 후보가 “한 후보가 가족·인척과 사적으로 공천을 논의했다”고 주장하자 한 후보는 “밑도 끝도 없는 거짓말”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러나 원 후보는 10일에도 “한 후보와 심사 권한이 없는 5명 내외가 폐쇄적으로 공천을 논의했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대표 출마선언을 하기 전 지지자가 연호하자 조용히 해줄 것을 부탁한 뒤 웃고 있다. 강정현 기자
자중지란과 이전투구에 정신없는 여당을 보며 흐뭇하게 미소 짓는 건 야당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역사에 유례가 없는 대표 연임 도전을 선언하면서 자신과 민주당의 비전을 내세웠다. 여당의 전당대회 난리 통에 이 전 대표를 향해 ’셀프 연임‘이라며 조소하던 분위기는 잦아들었다.

민주당 지휘부는 여당 내부에서 촉발한 각종 네거티브 이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8~10일 민주당 최고위와 원내대책회의에서는 ‘여사’라는 단어가 71차례, ‘문자’라는 표현은 35차례나 등장했다. 이 기간 관련 논평도 8건 내놨다.

문자 논란이 터지기 전만 해도 민주당에선 “탄핵 청원 청문회를 밀어붙이면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여당 내분 양상에 야권 기류가 달라졌다. 야권 관계자에 따르면 9일 야당 인사들이 모인 자리에선 “거기(여당) 아니었으면 정말 어쩔 뻔했어”(민주당 재선 의원)라는 농담도 오갔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운데)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분위기 속에 탄핵을 시사하는 발언도 노골화하고 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10일 당 최고위회의에서 “여사 문자에 등장한 ‘댓글팀 활용’은 정권 차원의 여론조작 공작 정황까지 시사한다”며 “사실이면 정권 문을 닫아 마땅한 최악의 국기 문란”이라고 주장했다. 또, 당무 개입 논란에는 “권한이 없는 사람이 국정에 개입한 것은 당무개입이자 국정 농단”(윤종군 의원)이라고, 사적 공천 논란을 두곤 “민주당의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을 공격했던 여당의 민낯”(3선 의원)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여권에선 “입법 독주에 이어 탄핵 폭주 조짐인 민주당의 일방통행이 여당의 집안싸움에 가려 안 보인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엇을 위한 싸움이냐”는 회의론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의원은 “과거 이명박·박근혜 후보가 맞붙은 대선 경선의 네거티브 공방도 치열했지만, 지금과 달리 대선 승리가 유력했던 상황이었다”며 “이번 전당대회가 끝나면 당 지지율 반등은커녕 내부에 상처만 남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손국희.이창훈(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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