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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리의 시선]한동훈, 배신자인가 피해자인가

김건희 여사(왼쪽)가 총선을 앞우고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사과 의사를 밝혔으나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무시했다는 이른바 '읽씹 논란'이 전당대회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포토
연임을 위해 얼마 전 물러났던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가 어제(10일) 모두가 예상했던 수순대로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이 유일한 이데올로기"라며 민생을 출마 명분으로 내세웠다. 말은 그럴싸하지만 배임·뇌물, 위증교사 등 매우 위중한 각기 다른 4개 범죄 혐의로 재판 중인 본인을 구하기 위해 원내 1당인 공당을 방탄 삼은 거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 전 대표처럼 여야를 막론하고 유력 정치인들이 실제론 사익과 권력을 좇으면서 입으로만 국민·민생 타령하는 건 이제 놀랍지도 않다. 하지만 참신한 메시지로 주목받는 정치 신인이라면 다르다. 속는 줄 알면서도 매번 기대를 걸게 된다. 국민의힘 당권 도전 중인 한동훈 후보가 그랬다.

국힘, 소모적 '읽씹 논란' 도배
총선 패배 반성 대신 궁중 암투
새 정치 약속 깬 한 후보 책임도

그는 지난해 말 법무부장관직을 내려놓고 여당 총선을 책임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맡으며 취임사에 이렇게 썼다. "정치인이 주고받는 말을 보면, 누가 이기는지가 전부인 게임과 정치가 다를 바 없다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정치는 ‘누가’ 못지않게 ‘왜' 이겨야 하는지가 본질이라는 점에서 그 둘은 전혀 다르다. (우리가) 이겼을 때 이 나라가 어떻게 좋아지는지에 대한 명분과 희망이 없다면 정치는 정치인의 출세수단일 뿐이고, 주권자인 국민은 주인공이 아니라 입장료 내는 구경꾼으로 전락하게 된다. 정치인이나 진영의 이익보다 국민 이익이 먼저다. "

그리고 김건희 여사 사과를 둘러싸고 윤석열 대통령-한동훈 위원장 간 갈등의 핵심인물로 떠오른 김경율 회계사 등을 주축으로 한 비대위를 공식 출범하면서 "내부에서 궁중 암투 같은 사극 찍는 정치를 하지 말자, 사극은 어차피 늘 (사극 주연배우) 최수종의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해 12월 26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취임한 한동훈 후보가 취임식에서 직접 쓴 수락의 변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그 후 6개월여가 흐른 지금, 유감스럽게도 국민은 한 후보 약속과는 정반대로 그가 주요 배역으로 등장한 가운데 그 어떤 사극 속 사악한 궁중 암투보다 더한 음모와 음해, 권모술수가 판치는 정치를 매일 지겹도록 목격하고 있다.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를 뽑는 7·23 전당대회엔 상식이 통하는 제대로 된 보수정당을 바라는 일반 국민은 물론이요, 자기 당 당원에 대한 형식적인 배려조차 없으니 하는 말이다. 도통 '왜'에 대한 타당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 네 후보가 당을 파국 위기에서 구할 그 어떤 비전이나 자신을 희생할 각오도 없이 오로지 본인의 당권(출세수단)만을 위해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차라리 궁중에서 자기들끼리 암암리에 다투면 좋으련만 이 모든 과정이 거의 실시간으로 만천하에 공개되면서 국민을 보고 싶지 않은 개싸움 구경꾼으로 내몰고 있다.

이렇게 싸잡아 비판하면 한 후보로선 많이 억울할 것이다. 본인은 암투의 주동자가 아니라 피해자일 뿐이라고 항변할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당권 경쟁 초반엔 경쟁자들이 일제히 윤-한 갈등을 부풀려 전근대적인 '배신자 프레임'으로 한 후보를 흔들어댔다. 그리고 이젠 공작 냄새마저 풀풀 나는 6개월 전 김 여사의 텔레그램 문자 메시지를 '읽씹(읽고 답 안 함) 논란', 다시 말해 인성 논란과 정무적 판단 미숙으로 엮어 한 후보를 공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권력의 꿀을 빤 '꿀윤'들이 경쟁자를 떨어뜨리려고 피아식별 못 하는 것"(신지호 한 캠프 총괄상황실장)이라는 식의 '피해자 프레임'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그도 그럴 것이 한 후보가 당권 경쟁 레이스에 뛰어드는 순간 이런 소모적 갈등이 반복될 거라는 건 누구나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그가 총선 패배 3개월 만에 무리해서 등판한 탓이다. 게다가 명분도 없었다. 전대를 앞두고 한 언론과의 연이은 인터뷰에서 그는 "나여야만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당의 변화에 내가 도움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당 위기의 원인과 해법을 내가 가장 잘 안다"고 했다. 하지만 “거야(巨野) 폭주와 싸울 땐 몸을 사리더니 내부 공격할 때 권모술수가 난무한다”고 상대 비판에 목소리를 높였을 뿐 아무런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TV 토론 과정에선 문자와 관련 "공개하면 정부가 위험해진다"는 식으로 궁중 암투를 연상케 하는 발언도 했다.

안다. 지금 국민의힘 당권을 둘러싼 진흙탕 싸움의 가장 큰 원인은 잘못이 드러났을 때 사과하지 않고 비상식적으로 여론을 움직이려 한 김 여사, 이를 방치한 거로도 모자라 오히려 화를 키운 대통령, 그리고 이를 이용한 '친윤'에게 훨씬 많다는 걸. 그럼에도 그의 잘못된 등판으로 국민의힘이 개혁은커녕 파국을 향해 성큼성큼 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배신자도 피해자도 아닌, 궁중 암투의 한 축일 뿐이다.
안혜리 논설위원



안혜리(ahn.hai-r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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