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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수 대호황' 대치동 학원 22%가 지방학생…지방대 상권은 추락 [청년 엑소더스발 소비 양극화]

핵심 소비층인 젊은 층의 이탈로 지역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 저출생으로 이미 이들의 수는 줄고 있는데, 커진 ‘인서울’ 대학 선호에 그나마 남은 지역 청년들 마저 서울행을 택하고 있어서다.

‘지거국’도 반수 열풍…신입생 매년 8% 나가
서울 대치동 학원가 모습. 김남준 기자

강남 8학군 학원가로 유명한 서울 대치동은 최근 ‘반수생(다른 대학 가려고 입시 준비하는 대학생)’까지 몰려 그야말로 불야성이다. 집이 서울이 아닌 학생들은 고시촌처럼 유명 학원 옆 원룸촌에 모여 입시 공부를 한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소장은 “원룸은 6개월 단기 임대 기준 아무리 허름해도 월세 100~150만원은 줘야 한다”면서 “재수반이 시작하는 12~3월, 반수반이 시작하는 6월은 일단 방부터 잡겠다는 지방 학생들로 난리”라고 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치동에서 반수를 시작한 강모씨(20)는 “지방대 붙은 친구들 대부분은 반수 하는 분위긴데, 의대 정원 확대 등으로 반수생이 작년보다 2배는 더 는 느낌”이라고 했다. 실제 BC카드 데이터사업본부가 분석한 결과 지난해 5월~올해 4월 사이 대치동 학원 매출의 22.3%는 서울에 거주하지 않는 학생들이 올렸다.
차준홍 기자

한때 일부 대학생들만 했던 반수는 서울행 선호와 지방대 경쟁력 약화로 최근에는 일반적 현상이 됐다. 9일 중앙일보가 종로학원에 의뢰해 대학알리미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22년에 지방거점국공립대학(지거국)에 합격했다가 중도 탈락한 사람은 전체 입학생(3만7000명) 중 2914명으로 7.8%에 달했다. 반수에 실패해 여전히 대학을 다니는 사람까지 고려하면 매년 적어도 10% 이상은 서울 행을 준비한다는 의미다.

젊은 층 이탈에 지역 상권 코로나19 전 회복 못 해
지역 최고 명문대로 꼽히는 지거국까지 반수 열풍에 휩싸이면서 지역 상권은 초토화 분위기다. 핵심 소비층인 신입생 상당수가 반수 등으로 빠져나간 데다, 남아 있는 대학생 마저 취업난 등으로 예전과 같이 ‘먹고 마시지’ 않아서다. 지갑을 여는 청년층이 줄다 보니, 지역 대표 상권인 대학가는 물론 인근의 다른 핵심 상권까지 소비 동력이 떨어졌다. 특히 이런 현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더 심화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실제 중앙일보가 BC카드 데이터사업본부에 의뢰해 주요 지역 핵심 상권의 매출액 자료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직전 1년(2019년 5월~2020년 4월) 대비 최근 1년(지난해 5월~올해 4월)의 매출액 변화는 수도권과 비(非)수도권에서 극명한 차이가 있었다. 우선 이 기간 대표적 수도권 상권인 서울 강남구(27.9%)과 명동이 있는 서울 중구(13.9%), 경기 성남시(42.9%)‧경기 화성시(126%)는 모두 코로나19 전보다 카드 매출액이 크게 늘며 강한 소비 회복세를 보였다. 경제 활동 재개로 보복 소비의 수혜를 누린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부산대가 있는 부산 금정구(-2.2%)와 서면 상권으로 유명한 부산 진구(-1.3%), 충장로·구시청 사거리가 있는 광주 동구(-3.5%), 동성로가 있는 대구 중구(-4.8%), 대전 중구(-4.1%) 등 지역 주요 상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매출을 회복하지 못했다. 카드 매출액은 BC카드 모든 회원사의 카드 승인액을 기준으로 주요 상권이 있는 곳의 전체 구별 매출액을 합해서 집계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같은 기간 연령별 매출액 비중을 보면 지역 상권 위축에 청년층 이탈이 결정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BC카드에 따르면 전체 카드 매출액에서 30대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은 코로나19 전과 후를 비교해 서울 강남구(4.3%포인트)‧서울 중구(1.3%포인트)‧경기 성남시(13%포인트)‧경기 화성시(11.4%포인트) 같은 수도권은 모두 늘었다. 하지만 부산 금정구(-5.1%포인트)‧부산 진구(-6.2%포인트)‧광주 동구(-3.6%포인트)‧대구 중구(-5.7%포인트) 등 지역 상권은 감소했다.
부산대 앞 한 상가. 대부분의 상가가 공실이다. 김남준 기자

부산대 인근에서 10년째 함박스테이크 집을 운영하는 정재효(40)씨는 코로나19 전과 후를 비교해 매출액이 ‘반의반 토막’이 났다고 했다. 정씨는 “농담처럼 외환위기 때보다 안 좋다는 말을 쓰는데, 지금이 딱 그 상황”이라고 했다. 광주의 신촌이라 불리는 전남대 후문 상가의 문행우(67) 상인회장도 “옛날엔 밤 12시 넘어서도 학생들이 다니고 했는데 지금은 10~11시쯤 되면 유동인구가 없다”고 했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부산대와 전남대 후문의 올해 1분기 공실률은 각각 25.6%‧44.6%에 달한다. 한 집 걸러 한 집이 공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부산대생 최모(20)씨는 “최근 6월 수능모의평가 안내문이 대학교 기숙사 우편함에 쫙 꽂혀 있을 정도로 모두가 반수 하는 분위기”라며 “다들 반수 하니까 학교도 나오지 않고 그러니 상권도 죽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20대 증가 2%p 감소시, 서비스업 1.2%p↓…“이탈 막아야”
지방대 위기로 시작한 젊은 층의 이탈은 지역 경제에 위협적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20대 인구 이동에는 대학교 효과가 특히 유의한데, 대학교가 단순히 대학 교육의 제공만이 아니라 노동시장, 문화시설, 인적 네트워크 등 다양한 측면에서 지역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지역에서 20대 인구 증가율이 2%포인트 하락할 경우 서비스업 생산 증가율은 1.2%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관측됐다”고 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가져온 일자리 감소나 소비 위축 같은 경제 타격이 유독 지역에 더 크게 작용하면서 청년들의 서울 쏠림도 더 커지게 된 것”이라며 “이들의 이탈을 막지 못하면, 지역 경제 활기는 시간이 갈수록 더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남준(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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