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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 전문의, 백악관 8번 왔다"…'바이든 노화' 숨겼나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7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유세 집회를 마친 뒤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해 에어포스원에서 내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넘어짐 방지를 위한 운동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의 짧아진 계단, 회의 주요 포인트를 상기시켜줄 메모지.

언제든 ‘각본 없는 위험’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는 고령의 조 바이든(81) 미국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백악관 보좌진들이 마련해온 대비책들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론이 잦아들지 않는 가운데 백악관이 대통령의 뚜렷한 노화 징후를 은폐해온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야당인 공화당은 “바이든과 백악관이 진실 은폐에 가담했다”며 쟁점화에 나섰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일 ABC 뉴스 인터뷰에서 인지 검사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가운데 파킨슨병 전문의가 백악관을 방문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바이든에 인지 검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파킨슨병 전문의, 백악관 8번 방문”
월터 리드 국립 군 의료센터 소속 신경과 전문의 케빈 캐너드와 심장 전문의 존 앳우드가 지난 1월 17일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 주치의 케빈 오코너와 만났다는 뉴욕포스트 보도(6일)에 이어 케빈 캐너드가 지난해 8월 이후 백악관을 여덟 차례에 걸쳐 방문했다는 영국 가디언 보도가 7일(현지시간) 나왔다. 케빈 캐너드 박사는 파킨슨병 치료 권위자다.

가디언은 “캐너드는 1월 17일 백악관 관저 클리닉을 방문했고 지난해 8월 이후로는 백악관을 총 8번 방문했다”며 “지난 3월 말에는 월터 리드 병원과 백악관을 잇는 연락책인 메건 나스워시를 일곱 번 만났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가장 최근 받은 건강검진은 지난 2월이었는데 당시 바이든 대통령 주치의 케빈 오코너는 “대통령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 적합한 상태”라고 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5일 방송된 ABC 인터뷰에서 인지능력 및 신체 검사를 받아 공개할 용의가 있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매일 (국정 수행을 통해) 검사를 받는다”며 “누구도 내게 인지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하지 않는다”고 답한 바 있다.

“대통령 주치의 이해관계 있나”vs“음모론”
공화당은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주치의였던 로니 잭슨 공화당 하원의원은 “오코너 주치의와 대통령 가족이 대통령의 인지력 저하를 숨기려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공화당 소속 제임스 코머 하원 감독위원장이 지난달 1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의사당에서 하원 감독위 소환에 응하지 않은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에 대한 의회모독 결의안 상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공화당 소속 제임스 코머 하원 감독위원장은 7일 케빈 오코너에게 보낸 서한을 공개하고 “오코너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인지 검사를 제안한 적 없다는 보도가 나온다”며 “그간의 의료 평가에 개인적 이해관계가 연관됐을지 우려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독위 조사에 응해 의회에서 증언해줄 것을 요구했다. 백악관은 “그들(공화당)은 신뢰할 수 없는 음모론을 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날 CBS 뉴스 인터뷰에서 “앞으로는 모든 대통령 후보가 신체검사의 일부로 신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인지력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애덤 시프 민주당 하원의원도 NBC 뉴스 인터뷰에서 “바이든과 트럼프 둘 다 인지력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백악관이 투명하고 솔직하게 대통령 노화 문제에 대처하지 못해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비판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민주당 전국위원회 전ㆍ현직 간부, 현역 의원, 기부자 등은 최근 몇 달간 바이든 노화와 관련된 공개적 논의가 정치적으로 너무 위험하다고 보아 쉬쉬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WP는 또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 초반 소수의 고위 보좌진에만 의존했고 이로 인해 기부자, 현직 의원, 오랜 지인 등으로부터 ‘대통령과의 접근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불만이 커졌다”고 짚었다.


민주당 비공개 회의서 ‘바이든 사퇴론’ 분출
이날 민주당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가 소집한 상임위원회 간사단 비공개 화상회의에서는 최소 4명의 의원이 바이든 후보 사퇴론을 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이 후보직을 끝내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말한 이는 법제사법위 간사 제리 내들러 의원, 군사위 간사 애덤 스미스 의원, 보훈위 간사 마크 타카노 의원, 행정위 간사 조셉 모렐 의원 등 4명이다.

이 밖에 짐 하임스, 조 로프그린, 돈 바이어, 릭 라슨 의원 등이 바이든 재선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CNN은 “바이든의 후보직 유지보다 사퇴를 주장한 의원들이 더 많았다”고 전했다. 독립기념일(4일) 휴회를 마친 뒤 의사일정이 재개되는 8일부터 바이든의 후보직 진퇴 논의가 더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단결” 호소하며 사퇴론 돌파 의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 개신교 교회 예배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불퇴’ 의지를 고수하며 핵심 경합주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 선거운동 일정을 이어갔다. 이날 오전 필라델피아 한 개신교 교회 예배에 참석한 그는 7분 동안의 연설을 프롬프터 없이 소화하며 “우리가 함께할 때 누구도 우리를 멈출 수 없다. 우리가 단결하면 미국의 미래는 더 이상 낙관적일 수 없다”고 호소했다. 성도가 대부분 흑인인 교회에서 ‘단결’을 강조해 후보 사퇴론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후에는 펜실베이니아 주도인 해리스버그에서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한 유세에 참석해 역시 프롬프터 없이 6분간 짤막한 연설을 했다. 그는 자신을 “미국 역사상 가장 친노조적 대통령”이라고 소개하며 “노조가 미국 중산층을 구축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진보 정치의 상징으로 불리는 버니 샌더스(82) 무소속 상원의원이 ‘바이든 우군’을 자처하고 나서기도 했다. 바이든보다 한 살 위인 샌더스 의원은 이날 방송된 CBS 인터뷰에서 “대선은 미인대회나 그래미상 시상식이 아니라 누가 노약자, 노동자 계층, 가난한 사람 등 이 나라의 광범위한 대중과 함께하는지에 대한 경쟁”이라며 “그 후보는 분명 조 바이든”이라고 말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 인터뷰 과정에서 사전 질문 조율 논란에 휩싸인 필라델피아 라디오 방송사 WURD의 진행자 앤드리아로풀-샌더스는 ‘약속 대련’을 했다는 비판 속에 결국 사임했다. WURD는 성명을 내고 “로풀-샌더스의 인터뷰 방식은 미디어 독립성을 추구하는 회사 관행에 위배된다”며 “우리는 즉시 결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형구(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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