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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임성근의 가슴장화 지시, 수중수색 지시 아냐" 불송치 결정

해병대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을 송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직권남용이나 과실치사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국방부 검찰단 결론과 마찬가지로 경찰이 임 전 사단장에게 혐의없음 판단을 하면서 정치권 공방도 가열될 전망이다.

사건 관계자 6명 송치·3명 불송치
경북경찰청은 8일 임 전 사단장 등 사건 관계자 9명을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수사한 결과 박모 7여단장 등 현장 지휘관 6명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송치하고, 임 전 사단장 등 3명은 불송치 결정했다고 밝혔다. 임 전 사단장을 제외한 나머지 2명은 포7대대 정보과장·통신부소대장 등이다. 경찰은 "정보과장 등이 안전 통제 임무가 없었고, 병사들과 함께 수색활동만 한 것이어서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경북경찰청은 보도자료에서 사단장 등 관계자와 부대 이름 등을 A·B·C 등 익명으로 처리했으나, 본지는 그동안 이 사건이 언론에 여러 차례 노출된 점과 공익성 등을 고려해 일부 관계자와 부대 이름을 실명으로 밝힌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지난 5월 14일 오전 경북 경산시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에서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22시간이 넘는 조사를 받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송치 여부를 판단한 가장 큰 기준은 ‘책임 범위’였다. 채 상병이 수중 수색 중 사망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포11대대장의 ‘사실상 수중 수색으로 오인하게 하는 지시’였고, 7여단장은 그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부분이 인정돼 검찰에 송치하는 것이 맞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임 전 사단장은 채 상병 순직 관련, 관리감독 책임이 없다고 봤다.



“허리 아래까지 수색 지시에 사고”
김형률 경북경찰청 수사부장이 8일 오후 경북경찰청에서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경찰은 실종자 수색지침이 ‘수중 수색이 아닌 장화 높이까지 들어가는 수변 수색’이었음에도 포11대대장이 “내일 우리 포병은 허리 아래까지 들어간다. 다 승인 받았다”라고 지시를 내린 것이 채 상병 순직에 직접적 원인이 됐다고 판단했다.

함께 송치 결정이 내려진 이모 포7대대장(채 상병 소속 대대장), 본부중대장, 본부중대 수색조장, 포병여단 군수과장 등 4명에 대해 경찰은 “포11대대장이 변경 지시한 수색 지침이 명백히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예견했으면 상부에 확인해 지침을 철회·변경하거나 그에 따른 위험성 평가와 안전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고 했다.

반면 임 전 사단장은 기존 수색 지침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지시를 한 사실이 없는 점, 포11대대장과 직접 소통하고 지시하는 관계가 아니었던 점, 수중수색 사실을 보고받거나 인식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형법상 과실치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에 책임 묻기 어렵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관련 입법청문회에서 굳은 표정으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뉴스1
직권남용혐의 적용과 관련, 경찰은 “급박한 재난상황에서 실종자를 수색구조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진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부대원들에게 법령상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나 육군의 작전통제권 행사를 방해한 위법·부당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직권남용죄가 성립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임 전 사단장에게 당시 현장 작전권이 없었던 만큼 월권행위에 해당한다"라 "월권행위에 해당하더라도 직권남용죄는 성립되기 어렵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날 그동안 임 전 사단장에게 제기됐던 여러 의혹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지금까지 제기된 문제는 ‘늦은 작전 투입 등을 지적·질책하고 신속히 수변으로 내려가 수색하도록 지시’ ‘바둑판식 수색을 하도록 지시’ ‘화상회의에서 가슴장화 지원을 지시’ ‘수중수색 사진을 메신저로 보고받고 이를 인식했음에도 미조치’ 등이 거론된다.

박경민 기자
경찰은 “수변으로 내려가 바둑판식으로 수색하라는 지시는 수색 지침대로 군사교범상 ‘의심지역 집중수색 방법’인 바둑판식으로 꼼꼼하고 면밀히 수색할 것을 강조한 것”이라며 “현장지도 과정에서 임 전 사단장 작전수행 관련 지적과 질책에 따른 부담감이 있었음이 일부 확인되나 이를 이유로 포11대대장의 임의적인 수색지침 변경을 예상하긴 어렵다”고 했다.

가슴장화 지원 사실에 대해서도 “이를 ‘수중수색’ 지시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경찰은 "사고 전날 저녁 임 전 사단장 주관 화상회의에서 '가슴장화'지원 지시가 있었지만, 이미 상급부대에서 가슴 장화 지원을 준비했었던 점 등으로 미루어 이것을 수중수색 지시로 보기 어렵다"라고 전했다.

경찰은 또 수중수색 사진 1장을 메신저로 보고받은 뒤 임 전 사단장이 '훌륭하게 공보활동이 이뤄지고 있구나'라고 답을 했다고 해서 수중수색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수사 외압 논란’ 공방 가열 전망
채 상병은 지난해 7월 19일 경북 예천군 수해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다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14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해병대는 예천군 내성천 경진교와 삼강교 사이 22.9㎞ 구간에 119명을 투입해 실종자 수색 작전을 하고 있었으며, 채 상병은 7월 18일부터 실종자 수색 현장에 투입됐다.

채 상병 순직 사건 이후 박정훈 대령을 수사단장으로 하는 해병대 수사단이 조사했다. 박 대령은 지난해 7월 30일 채 상병이 소속된 해병대 제1사단의 임 전 사단장 등 관계자 8명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고 알려졌다.
지난 7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 장병 묘역에 잠들어 있는 해병대 고 채수근 상병의 묘소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태극기와 화환, 유품 등이 놓여있다. 채 해병은 지난해 7월 19일 경북 예천 내성천 일대에서 폭우로 실종된 시민을 찾기 위한 수색 임무 도중 순직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하지만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은 해병대 수사단의 보고를 받은 뒤 경찰에 이 사건 이첩을 보류하라는 명령을 내렸는데 수사단은 이 지시를 따르지 않고 사건을 경북경찰청으로 이첩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 검찰단은 수사 서류를 경찰로부터 회수하고 박 대령을 항명 등 혐의로 고발했다. 이후 임 전 사단장을 제외한 해병대 대대장 2명만 범죄 혐의를 물어 해당 사건을 경찰에 재이첩하면서 외압 논란이 불거졌다.

경북경찰청은 지난해 8월 24일 국방부 조사본부로부터 이첩받은 후 총 24명으로 수사전담팀을 편성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군·소방·지자체 등 관련자 67명을 조사하는 동시에 현장 감식, 해병대1사단 압수수색 등으로 확보한 자료 190여 점을 분석했다.

이와 함께 경북경찰청은 지난 5일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결과에 대해 수사심의위원회를 열었다. 대학교수 5명을 포함해 법조인과 사회 인사 등 외부 위원 11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채 상병 사망과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받는 9명 가운데 6명은 송치한다는 결론을 냈다.

한편 경북경찰청으로부터 사건을 송치 받은 대구지검은 유도윤 1차장검사를 팀장, 김성원 형사2부장을 부팀장으로 한 수사팀을 구성했다. 수사팀에는 3개 검사실 규모 인력이 투입됐다.




김정석.김하나(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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