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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야간통금' 도입하는 북촌…주민 "다행" 상인들 "청천벽력"

1일 서울 종로구청은 북촌 한옥마을 주민의 평온을 보호하기 위해 북촌로11길 일대 지역의 통행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야간 통금은 올해 10월부터 계도 기간을 가진 뒤 내년 3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이영근 기자

4일 오후 8시쯤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 북촌로11길. 어스름을 뚫고 나타난 베트남 국적의 여성 관광객 4명이 왁자지껄 오르막을 올랐다. 골목 끝에 다다르자 양옆으로 정갈하게 늘어선 한옥 뒤로 멀리 남산타워가 보였다. 인증샷을 촬영하는 카메라 셔터음이 골목에 울려 퍼졌다. 그들 곁에는 “소곤소곤 대화해주세요”라고 영어·중국어·일본어로 적힌 안내판이 놓여 있었다.

이르면 올해 10월부터 북촌 한옥마을에 해질녘 고요가 찾아온다. 종로구는 1일 전국 최초로 북촌 한옥마을 일대를 관광진흥법에 따른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가장 인기 있는 북촌로 11길(3만4000㎡)은 레드존으로 지정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관광객이 방문할 수 있다. 오후 5시 이후부터 주민 생활의 평온을 위해 야간 통행금지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관광진흥법은 주민생활환경 훼손 우려가 있는 지역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방문시간과 차량·관광객 통행을 제한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

종로구는 레드존 외에도 오렌지존(북촌로5가길·계동길), 옐로우존(북촌로12길)을 집중 모니터링 지역으로 정했다. 이 지역은 통행이 금지되진 않지만 북촌마을지킴이를 동원한 계도 강화, 안내판 설치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2026년부터는 전세버스 통행도 제한된다. 구는 전세버스 불법 주정차가 잦은 안국역사거리에서 삼청공원 입구까지의 북촌로 1.5㎞ 구간(2만7천500㎡)은 전세버스 통행제한구역으로 정했다. 종로구는 올 하반기 조례 개정을 마친 뒤 10월부터 계도기간을 갖고 2025년 3월부터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1일 서울 종로구청은 오는 10월부터 북촌로11길 일대 지역의 오후 5시 이후 야간 통행금지를 도입하는 등 북촌 특별관리지역 대책을 내놨다. 종로구청

야간 통금 도입 방침에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으로 몸살을 앓은 북촌 주민들은 반기는 분위기였다. 60대 주민 A씨는 “허락 없이 집에 들어오려 하고 쓰레기를 버리는 일부 관광객이 골칫거리였는데 조금 나아질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북촌로11길의 한 호텔에서 일하는 권혁우(30)씨는 “지금보다 밤 시간대가 조용해질 것 같다”고 했다. 브라질 관광객 앤더슨 타바레스(30)도 “오후 5시 이후면 관광객도 수긍할 만한 시간대인 것 같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통금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는 주민도 적지 않았다. 북촌에서 3대째 살고 있다는 김모(64)씨는 “일본인 관광객은 한국인과 외모가 비슷한데 여권 검사라도 할 셈인지, 또 4시 30분에 입장한 관광객을 5시 ‘땡’하면 쫓아낼 건지 등 의문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북촌로11길에 20년째 거주 중인 60대 김모씨도 “11길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도 많은데 이들이 숙소로 올 때마다 제지받으면 실랑이가 벌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북촌로11길 초입에서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는 이태규(44)씨는 “관련 공청회에서 인근 상인 의견은 청취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오후 5시 이후에도 하루 전체 매출의 15%는 나오기 때문에 타격이 클 것 같다”고 우려했다. 레드존 인근에서 화장품 전문점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월 임대료가 1000만원쯤 되는데 코로나19 당시 적자를 내면서 버텼다”며 “사정이 조금 나아지나 싶었는데 청천벽력같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북촌로11길 입구에서 북촌마을지킴이가 '조용히 해주세요'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관광객에게 안내하고 있다. 일부 관광객은 검지손가락을 입술에 갖다대고 "쉿" 소리와 함께 일행에 정숙을 유도했다. 이영근 기자

종로구는 향후 오전·야간 순찰 근무자를 채용해 과태료 부과 대신 계도 중심의 활동을 펼칠 방침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관광객을 어떻게 구분할지가 저희로서도 큰 고민”이라며 “물리적 진입을 막기는 어려운 만큼 실효성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민을 보호하겠다는 목적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상인 의견을 따로 청취하진 않았다”고 했다.

오버투어리즘은 북촌 한옥마을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 관광지는 오버투어리즘 대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지난 4월부터 관광객 한 사람당 5유로(약 7500원)의 도시 입장료를 받고 있다. 일본은 도쿄도, 오사카부, 교토시 등에 이어 홋카이도가 4일 숙박세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히메지시는 세계 문화유산인 히메지성의 외국인과 자국인 입장료에 차이를 두는 이중가격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지난 4월 베네치아 당국은 관광객 수를 줄이기 위해 한 사람당 도시 입장료 5유로를 내게 하는 조처를 발표했다. 사진은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 근처에서 사공이 곤돌라를 젓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관광객 증가에 따른 편익이 주민에게도 돌아가야 오버투어리즘 갈등을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오버투어리즘의 그늘이 짙은 부산 감천문화마을은 주민과 관광객의 상생을 꾸준히 시도하는 대표 사례다. 주민협의회가 운영하는 사업장을 통한 수익의 최대 30%를 주민에게 환원했다. 빨래방 운영, 식자재 제공 같은 복지 사업도 펼쳤다.

부산 사하구는 지난 5월 상생재원을 편성해 총 6억원의 재원을 투입해 마을 공용 공간과 개별 세대 내부 개선 등 주민 지원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주민, 관광객, 상인 모두 목소리가 다르기 때문에 지자체가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며 “북촌도 통행금지뿐 아니라 주민을 위한 기금 조성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영근(lee.you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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