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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AI∙OLED 전방위 역습…中 첨단기술 연구, 美 제쳤다 [차이나테크의 역습]

4일 중국 상하이에서 개막한 세계 인공지능(AI) 대회에 전시된 휴머노이드 로봇. AP=연합뉴스
중국의 첨단기술 굴기(倔起·우뚝 일어섬)가 미국을 추월할 기세다. 저가 공세와 기술 베끼기에 능한 추격자 이미지를 벗고, 개구리가 점프하듯 훌쩍 성장하며 첨단기술 최강자로 자리매김하려는 모습이다.
차준홍 기자

7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중국 첨단기술 학계의 연구 수준은 이미 미국을 넘어섰다. 영국의 과학 학술지 네이처의 ‘2024 네이처 인덱스’에서 중국이 올해 처음으로 미국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한국은 작년과 같은 8위에 머물렀다. 전 세계 최상위 학술지 145종에 지난해 게재된 논문 7만5707편을 분석해 영향력을 점수화한 결과다.

 지난달 29일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국가우주국(CNSA) 연구진들이 달 탐사선 ‘창어 6호’가 달에서 채취한 토양 샘플을 확인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연구기관별, 대학별 순위에서도 중국의 위상은 세계 톱 수준이었다. 연구기관 중 네이처 인덱스 세계 1위를 차지한 중국과학원 등 10위권 내 7곳이 중국의 대학부설 및 정부 연구소들이었다. 미국 하버드대(2위),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3위),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7위)는 겨우 10위 안에 들었다. 대학들의 연구 수준도 중국이 앞섰다. 1위는 하버드 대학이 차지했지만 2~9위는 중국 대학들이 휩쓸었다. 100위권 이내에 든 국내 대학은 서울대(54위)와 KAIST(76위) 2곳뿐이었다.

이같은 연구 성과는 탄탄한 이공계 인력풀에서 나온다. 미국 조지타운대 안보·유망기술센터(CSET)에 따르면, 내년에 중국이 배출 할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박사 인력은 8만명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미국의 연간 박사 배출 규모의 2배가 넘고, 미국 시민권자 출신 박사 규모와는 4배 차이난다. 학부생까지 포함한 전체 인력 역시 중국이 450만명으로 인도(250만명)와 미국(60만명)을 크게 앞선다. 국내 한 대기업 고위 임원은 "중국의 각 지방 성마다 서울대·KAIST 수준의 명문대가 있어 이공계 인재 육성기관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중국 스스로도 이런 성과를 ‘개구리 점프기(leapfrog period)’로 평가한다. 지난해 2월 당시 중국 과학기술부 부장이던 왕즈강은 “중국은 리프프로그를 통해 과학기술 역량에서 전례없이 성장했고, 혁신국가 대열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달 24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판 노벨상’으로 불리는 국가최고과학기술상 시상식에 참석해 수상자들에게 직접 시상했다. 시상자들 중에는 중국이 영입한 외국 인재들의 모습도 보였다. 신화통신=연합뉴스
1000명의 해외 인재를 중국에 유치한다는 ‘천인(千人)계획’은 인재유출에 대한 세계 각국의 비판이 거세지며 2019년 중단됐지만, 만인(萬人)계획·치밍(啓明)계획 등 이름을 바꿔가며 비슷한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주임교수는 “중국은 고급 해외 유치를 위해 천인계획에 평균 연봉 30배를 더 주는 보상제도를 도입했고, 덕분에 미국 우수인력을 끌어들여 반도체 설계분야에서 미국을 추격할 수 있는 기업들을 육성했다”고 말했다. 기술혁신을 위해 해외 인재를 영입하고 국제 교류를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은 지난 3월 중국 양회(兩会)의 10대 민생과제에서도 강조됐다.



이에 비해 한국은 한 해 배출되는 전체 박사수가 1만7760명(2022년 기준, 한국연구재단)이며 이중 이공계열은 40%에 그친다. 그마저도 졸업 후엔 탈(脫) 한국을 택하는 분위기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손지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기획조정본부장은 “이공계 학부생 및 석박사 고급 연구개발 인재 30만명 이상이 더 좋은 일자리를 찾아서 최근 10년간 매년 3만~4만명씩 한국을 떠났다”라고 말했다.

중국 첨단과학계의 탄탄한 연구개발(R&D) 역량은 산업 경쟁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자체 기술력으로 첨단 반도체를 개발 중이며, 현재 7나노미터(㎚·1㎚=10억분의 1m) 수준까지 양산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산업에선 한국을 꺾고 2021년부터 글로벌 시장 1위에 올랐다. 특히, 전 세계 최대의 전기차 생태계를 갖춘 중국은 이를 테스트베드로 활용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시장도 선점할 기세다. 2020년 세계 최초로 베이징 시에 자율주행 시범 구역을 만들어 실험 중인데, 지난달까지 이 지역에 800대 이상의 자율차가 배치돼 3000만km에 이르는 테스트가 이뤄졌다. 또 미국 기업 테슬라가 상하이에서 완전자율주행(FSD) 테스트를 할 수 있게 허가하며 중국 기업들의 속도를 끌어올릴 ‘메기’로 활용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미국 위협하는 수준으로 급성장중이다. 중국 정보통신기술학회가 발간한 ‘글로벌 디지털 경제 백서’에 따르면 전 세계 대형 멀티모달 모델(LLM) 1328개 중 중국 모델의 비중(36%)는 미국(44%)에 이어 둘째로 많다.
차준홍 기자


자본·인력으로 물량전을 펼치는 중국에 대응하려면 한국 정부는 ‘속도’와 ‘큰 그림’을 갖춰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오종혁 전문연구원은 “한국 상황에 필요한 지원을 제때 속도감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정부가 기술 개발의 큰 그림을 그리는 건 중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 추세”라고 강조했다.

박승찬 용인대 교수는 “중국은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10년 넘게 정책을 이어가는 반면, 한국은 첨단기술 육성계획이 정부 출범 때마다 바뀐다”라며 “그 사이 경쟁력은 저하되고 인력 이탈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지원 하에 첨단기술을 규제없이 개발하는 동시에 적용하는 중국과 달리, 한국은 규제샌드박스 같은 예외적인 방식으로 신기술을 적용하기에 중국과 발전 속도 차이가 크다”라고 지적했다.
차준홍 기자



박해리.심서현(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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