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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부모·교사가 함께하면 ‘교육 기적’ 가능하다

김유열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사장
EBS는 2009년에 교육실험 프로젝트 ‘삼동초등학교 180일의 기록’이란 다큐멘터리 3부작을 방송했다. 일본 아키타(秋田)현의 공교육 성공 사례를 경남 남해군 삼동초등에 적용해 그 과정을 180일 동안 관찰한 다큐멘터리였다.

전국학력평가시험에서 일본 전체 45개 현 중에 43위를 기록했던 아키타현은 교육을 혁신한 뒤 3년 연속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기적 같은 일은 학부모는 물론 학교와 아키타현 교육청, 그리고 지역 주민이 함께 교육 혁신에 동참했기에 가능했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난 3월 대전 서구 서부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신입생들이 학교 안내사항을 듣고 있다. 뉴스1
EBS는 교육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삼동초등에서 아키타현처럼 학교·학부모, 남해교육청과 남해군청이 함께 ‘아침밥 먹기 운동’, 복습과 독서 캠페인, 수학 일기 쓰기 등 교육 실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아침밥을 먹게 하기 위해 주민들이 매일 반찬을 만들었고, 담임 선생님과 교직원은 물론 교감 선생님까지 아침밥을 거르는 가정에 반찬을 배달했다.

마을 회관은 공부방을 운영했고, 학교는 방과 후에 보충학습을 했다. 마을에서 ‘엄마 품 멘토링’이 실시돼 다른 집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180일 동안의 실험이라 아키타현과 같은 극적인 결과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삼동초등에서도 비슷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삼동초등 학생들의 1, 2학기 학력평가를 비교했더니 78.6점이던 1학기 평균 성적이 2학기에는 88.4점으로 12%나 올랐다. 30점 이상 오른 학생도 많았다. 성적 향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높아졌다. 선생님에게 감사해 하는 마음과 존경심도 자연스럽게 드러냈다. 학생이 달라지면서 학교도 달라졌다. 그리고 마을이 달라졌다.
지난 2009년 EBS에서 방송된 다큐프라임 '교육실험프로젝트 삼동초등학교 180일의 기록'의 한 장면. 일본 아키타(秋田)현의 공교육 성공 사례를 경남 남해군 삼동초등에 적용해 그 과정을 180일 동안 관찰한 다큐멘터리다. EBS

학부모와 학교가 하나가 되면서 사교육 없이도 대학 진학률을 높인 사례는 국내에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한 대안학교는 방학 기간을 빼고 매주 120분씩 엄마 교육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빠 교육도 매월 1회 실시한다.

이에 따라 부모가 선생님과 자주 소통하고 자연스럽게 부모가 학교를 존중하게 된다. 이 대안학교 아이들은 학원 수업도, 과외도 받을 수 없다. 그런데도 많은 학생이 사교육 없이 학교 교육과 자기주도학습만으로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한다.

이스라엘에선 학교가 학부모를 교육한다. 이스라엘 전문가인 류태영 전 건국대 교수에 따르면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경우 매월 1~2회 학부모 회의를 연다. 이 시간에 부모와 교사가 교육 현안을 논의할 뿐만 아니라 학교가 주로 학부모를 교육한다. 엄마만 참여해도 되는데 대개 아빠도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밤늦게까지 부모 1000여 명이 운동장에 모여 교육을 받기도 한다.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부모가 퇴근한 뒤 늦은 시간에 주로 교육한다. 밤 10시에 개별 상담 자리에서 자녀 교육을 놓고 심층 대화도 진행한다. 강의 내용이 실용적이고 구체적이라 가정에서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성격별·연령별로 색깔이 아이들에게 주는 영향에 대해 전문가의 강의를 듣고 아이들 방의 벽지 색깔을 바꾸기도 한다. 어려운 수학 단원이 나오면 가정에서 어떻게 미리 준비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법과 사례를 부모에게 알려준다. 이스라엘 학교들은 이렇게 해서 부모가 자연스럽게 학교를 믿고 선생님을 존경하게 된다.

지난 3월 3일 오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가고파초등학교 1학년 교실 밖에서 학부모가 자녀 모습을 관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가장 좋은 정책은 학교가 학부모 교육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부모가 교사의 제자가 될 때 교사에 대한 존경심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마련이다. 지금처럼 부모와 교사의 불신과 갈등 구조에서는 어떠한 사교육 억제 정책도 효과를 내기 어렵다. 학교가 방과 후 학생을 돌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모 교육을 통해 부모의 마음을 얻고, 바꾸고, 돌보는 것이 더 중요한 우선순위일 수 있다.

교육부는 학생과 교사·학부모가 상시로 소통하고 교육 정책을 논의할 수 있는 디지털 소통 플랫폼 ‘함께 학교’를 서비스 중이다. 학생·학부모·교사가 함께 생각과 정보를 나누는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다. 부모와 교사가 물리적 공간에서든 디지털 공간에서든 구체적인 콘텐트를 갖고 자주 만나야 한다. 함께하면 길이 보이고, 힘이 생길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유열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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