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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총선 14년만 정권 교체..."인플레·난민 불만에 무능한 보수 심판"

지난 4일(현지시간) 치러진 영국 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이 사상 최악의 성적으로 참패하고 노동당이 압승을 거두며 14년 만에 정권이 교체됐다. 조기 총선 승부수를 던진 리시 수낵 총리는 지지율을 끌어올리려 막판까지 안간힘을 썼지만, 경제 위기와 난민 이슈 등 불만 누적으로 폭발한 '무능한 보수 심판론'을 피하지 못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노동당 대표.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5일 13시(현지시간) 기준 노동당은 하원 650석 중 412석을 가져가 과반을 넘어 3분의 2에 달하는 의석을 확보했다. 토니 블레어 전 대표가 이끌던 1997년 당시 418석을 얻었던 데 비하면 적은 의석이지만, 기존 205석의 2배로 압도적인 승리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이날 새벽 "유권자들은 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수낵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은 121석을 가져가는 데 그쳤다. 기존 344석에서 무려 200석 넘게 잃은 것으로, 1834년 창당 이후 190년 만에 최악의 성적이다. 수낵은 이날 "영국 국민은 냉철한 판정을 내렸고, 나는 패배의 책임을 지겠다"고 참패를 인정했다.

보수당은 선거 기간 막판, 극우 정치인 나이절 패라지가 이끄는 영국개혁당의 기세에도 밀리며 패배를 피하지 못했다. 개혁당은 4석을 확보해 총선에서 처음으로 당선인을 냈다. 패라지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기득권에 대한 반란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영국 총선에서 극우 정치인 나이절 패라지가 이끄는 영국개혁당이 선전했다. AP=연합뉴스

이 밖에 중도 성향 자유민주당이 기존 11석에서 크게 늘어난 71석을 얻어 제3당에 오르고, 기존 3당이었던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의 의석은 48석에서 9석으로 줄어들었다. SNP의 패배로 스코틀랜드 독립 목소리는 다소 약화할 것으로 보인다.

고물가·난민·공공의료 붕괴..."무능한 보수"에 분노
영국 언론들은 "보수당의 참패는 예견된 일"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보수당은 2010년 총선 승리 후 줄곧 정권을 쥐고 있었지만, 2020년 1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현실화하고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치며 경제가 흔들리자 위기를 맞았다.

이런 와중에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팬데믹 기간 방역 지침을 어기며 논란이 된 '파티 게이트'가 큰 실망감을 안겼고, 설상가상으로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며 인플레이션이 가팔라지자 지지층이 등을 돌렸다. 그해 9월 취임한 리즈 트러스 전 총리는 경제를 살려보겠다고 고군분투했으나 무리한 감세 정책을 펼친 탓에 '역사상 최단 기간 총리'로 퇴진했다. 보수당에 대한 지지율은 더욱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리시 수낵 총리가 이끄는 영국 보수당은 이번 총선에서 노동당에 크게 패했다. AP=연합뉴스

2022년 10월 수낵 총리가 취임한 이후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브렉시트 이후에도 외려 급증하는 난민, 무너져내린 공공 의료·교통 서비스 등으로 불만은 축적됐다. 수낵은 난민을 르완다로 보내는 '망명의 외주화' 정책까지 내세웠지만 도리어 인권 탄압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결국 수낵은 급등했던 물가가 다소 안정된 지난 5월 조기 총선 카드를 던졌지만, 민심은 꿈쩍하지 않았다. 선거 직전 보수당의 지지율은 20%로 노동당의 절반 수준이었고, 보수층의 일부 표심은 극우 정당으로 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019년 총선에서 '브렉시트 완수'를 약속한 보수당에 표를 준 유권자들의 민심이 극적으로 돌아섰다"며 "누적된 좌절과 분노가 한꺼번에 분출됐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를 간파한 노동당은 '변화'라는 단순한 슬로건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보수층을 공략하기 위해 법인세를 올리지 않겠다는 등 중도적 성향의 공약도 적극적으로 내밀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국 총선 결과는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물가 급등 등으로 삶의 질이 악화한 데 분노한 유권자들이 집권당을 심판한 최근 국제사회 흐름과 맞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노동당 과제 산적…" 우크라이나 지원 등은 변화 없을 것"
아프리카 튀니지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유럽으로 향하던 난민들이 튀니지 해양경비대에 붙잡힌 모습. AP=연합뉴스

노동당은 14년 만에 집권하게 됐지만, 그 앞에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고, 난민 문제를 체계적으로 다루며 의료 등 붕괴한 공공 서비스를 되살리는 일이 큰 숙제다. 이 과정에서 증세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여러 전문가를 인용해 "노동당의 공약은 증세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브렉시트를 밀어붙인 보수당이 물러나며 유럽연합(EU)과의 연대는 보다 강화될 것이란 게 주요 외신의 예측이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최근 프랑스 등 주요 국가에서 극우가 득세하는 것과 달리 영국은 '사회민주주의의 보루'로 떠올랐다"라고까지 평했다. 또 이미 노동당이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를 밝힌 만큼, 관련 기조는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임주리(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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