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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붐’이 가져온 반도체의 봄…5월 경상수지 32개월 만 최고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열풍에 반도체 수출이 늘면서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3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 배당 때문에 적자를 기록했던 배당소득수지도 한 달만에 흑자로 돌아서면서 경상수지 호조에 힘을 보탰다.

‘반도체의 힘’…경상수지 흑자 32개월 만 최고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국제수지(잠정) 통계’에 따르면 5월 경상수지는 89억2000만 달러(12조3274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4월(-2억9000만 달러) 적자 이후 한 달 만에 흑자로 다시 돌아섰을 뿐 아니라, 2021년 9월(95억1000만 달러) 이후 최대 흑자 폭이다.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다. 뉴스1

‘역대급’ 경상수지 흑자를 이끈 것은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금액을 의미하는 상품수지다. 특히 5월은 수출액 증가와 수입액 감소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상품수지 흑자 폭(87억5000만 달러)이 크게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상품수지 흑자 폭은 경상수지와 마찬가지로 2021년 9월(95억4000만 달러) 이후 가장 많다.

특히 5월 수출액은 589억5000만 달러(81조4689억원)로 전년 동월 대비 11.1% 늘었다. 이 기간 반도체 수출액은 53% 급증했고, 정보통신(IT)기기도 18% 증가했다. 미국의 주요 ‘빅테크’ 업체를 중심으로 글로벌 IT업체들이 AI 서버 구축에 나서면서, 신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전통적인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도 고정가격이 오르면서 크게 늘었다. 여기에 승용차(5.3%)·석유제품(8.2%)의 수출도 증가세를 보탰다.



반면 수입액(502억 달러)은 지난해 5월과 비교해서 1.9% 감소했다. 국제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석유제품(25.7%)·가스(6.9%)·원유(6.7%) 등 에너지 수입액이 소폭 늘었지만, 다른 원자재와 자본재·소비재 수입액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자본재 등의 수입액 감소는 지난해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반도체 장비 수입을 줄인 영향을 받았다.

6월 수출도 강세…“경상수지 전망치 초과할 듯”
수출 강세로 인한 경상수지 흑자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관세청 통관기준 지난달 수출액은 1년 전과 비교해 5.1% 늘어난 570억7000만 달러(78조7851억원)를 기록했다. 특히 이 기간 반도체 수출은 134억2000만 달러(18조5236억원)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다시 썼다. 같은 기간 무역수지는 80억 달러 흑자((11조376억원)를 기록해 2020년 9월 이후 최대치다.
최근 월별 경상수지 추이. 한국은행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올해 1~5월 경상수지는 누적으로 254억7000만 달러에 달하는데 6월도 상품수지와 본원소득수지를 중심으로 상당 폭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라며 “상반기 279억 달러 경상수지 흑자를 예상했는데, 전망치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반기에도 상반기 같은 수출 호조 흐름을 이어가면 올해 전체 경상수지 목표치가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한은은 세계 경제 성장률 등 변수 요인이 아직 많다며, 구체적 하반기 전망은 다음달에 내겠다는 입장이다.

배당 수지도 반전…해외여행 늘며 여행수지는 적자
4월 배당시즌이 끝나면서 외국인 투자자에게 지급했던 결산 배당액이 줄어든 것도 5월 경상수지 흑자 폭을 키웠다. 실제 지난 4월 대비 5월 배당소득수지는 -35억8000만→11억3000만 달러로 크게 개선됐다. 이 영향에 배당소득수지와 이자소득수지를 합한 본원소득수지도(-33억7000만 달러→17억6000만 달러) 큰 폭으로 반전했다.
김포공항 국제선 하네다 항공편 탑승수속 카운터 앞. 연합뉴스

반면 5월 서비스수지(-12억9000만 달러) 여전히 적자를 봤다. 내국인의 해외여행 증가에 따라 여행수지 적자(-8억6000만 달러) 5월에도 이어진 영향이다. 다만 서비스수지 적자는 4월(-16억6000만 달러)과 비교해서는 소폭 줄었다.

‘수퍼 엔저’ 우려지만 “한·일 경합도 낮아져”
당분간 경상수지는 좋은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지만 ‘수퍼 엔저’ 중심으로 한 환율 불안은 걸림돌이다. 엔저로 인해 일본 기업의 제품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지면서, 이와 경합하는 한국 수출품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또 일본 여행 값이 저렴해 지면서 여행수지 적자 폭도 커질 수 있다.

다만 송 부장은 “한국과 일본의 수출 경합도를 보면 IT품목은 우리나라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경합도가 낮아지고 있고, 반도체는 환율보다는 글로벌 IT업황 개선 영향을 더 받는다”면서 “엔저로 일본 여행 많이 갈수록 여행수지 적자 폭이 커질 수 있지만, 유럽·미국 대신 일본으로 가게 되면 ‘근거리’ 여행이라 비용이 적게 드는 측면도 있다”고 짚었다.

투자 심리 회복에 해외 주식 투자도 늘어
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융계정 순자산은 지난 5월 75억8000만 달러(10조4626억원) 늘었다. 해외 2차전지 공장 등 기업들의 해외 직접 투자(63억3000만 달러)가 증가했고, 미국 주식을 비롯한 내국인 해외 증권 투자(71억 달러)도 늘었기 때문이다. 한은은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심리 회복으로 해외 주식에 대한 순매수가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김남준(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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