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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지능순’이라는 한국 증시 탈출

안효성 증권부 기자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기사에는 ‘국장(한국 증시) 탈출은 지능순’이란 댓글이 빠지지 않는다. 미국과 비교해 부진한 성과,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불법 공매도, 부족한 주주환원 등 한국 증시를 떠나야 하는 이유가 다양하게 따라붙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개인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에서 7조3798억원을 순매도했다. 한국 증시를 탈출한 개인 투자자들이 향하는 곳은 미국 증시다. 올해 상반기 한국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78억6760만 달러(10조9000억원)에 달한다.

3일 코스피는 전일보다 0.47% 오른 2794.01로 장을 마쳤다. 이날 정부는 밸류업 프로그램 확산 방안 등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란 개인투자자들의 믿음에 투자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한다. “한국 주식이 오를 때 개인들은 늘 돈을 못 벌고 외국민만 돈을 벌었다.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될까 봐 걱정”(최준철 VIP자산운용 최고경영자), “밸류업이 조금만 잘되면 하반기부터 한국 주식시장에 돈이 들어올 것 같다. 그런데 개인들은 1400원 가까운 환율에서 많이 오른 미국 주식을 사고 있다”(민수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최고경영자) 등이다. 중앙일보가 국내 자산운용사의 최고경영자와 최고투자책임자 4명을 모아 연 ‘라운드 테이블’에서 나온 이야기들이다.

이들이 한국 증시의 힘을 믿는 건 반도체, 바이오, 2차전지 등 한국 산업의 경쟁력이 나쁘지 않은데다, 무엇보다 한국 증시가 다른 국가 대비 워낙 덜 올라 가격 매력이 커졌다는 점 때문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공하면 한국 주식시장의 투자 매력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깔려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올해 상반기 한국 주식 23조원 어치를 순매수한 이유기도 하다.



다만 미국 주식 투자에 눈을 뜬 일반투자자들을 다시 한국 주식시장으로 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저출산 등 국가 경제의 기본 체력이 약해지고 있고, 인공지능(AI) 분야 등에서 글로벌한 경쟁력을 갖춘 기업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탄핵과 거부권 행사 등으로 점철되고 있는 현재 국회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을 위한 각종 입법 과정이 순탄할지도 의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3일 “기업가치를 높이고 국민들이 더 나은 자산을 형성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정착하고 확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법인세, 배당 소득세, 상속세 등 세제 개편도 추진하기로 했다. 하나같이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은 내용이지만, 이번에는 ‘립 서비스’가 아닌 구체적인 성과를 냈으면 좋겠다. 이대로라면 기자들 역시 ‘국장 탈출은 지능순’을 금과옥조로 삼아 한국 증시보다 미국 증시에 먼저 눈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안효성(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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