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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하차도 침수사고, 하위직만 유죄…"업무 거부권 필요"

부산 동구 초량 제1 지하차도 폐쇄회로TV 캡쳐. 부산 동구청
2020년 7월 23일 오후 10시 21분 부산 동구 초량제1지하차도. 부산 중부소방서 구조대 8명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출입구 높이 3.5m인 지하차도에 사람 키를 훌쩍 넘은 2.5m 정도의 물이 가득차 있었다.

지하차도 안에서는 “살려주세요~”라는 다급한 외침이 메아리쳐 들렸다. 아직 지하차도에서 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지붕만 간신히 드러난 자동차 위나 지하차도 가장자리 난간 등에 매달린 채 애타게 구조를 기다렸다. 일부는 공사 안내표지판을 단 대형 자동차 위에 모여 있었다고 한다.

당시 사람들은 지하차도에 들어간 지 채 10분도 되지 않아 불어난 물에 갇혔다고 한다. 23일 오후 8시 호우경보가 발령됐고, 지하차도 출입구에 전광판이 있었지만, 침수 위험을 알리는 안내문구는 나오지 않아 자동차가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고 지하차도로 들어갔다가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참사가 일어났다.

3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초량 지하차도’를 비롯해 부산시에서 집중 호우로 16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지하차도 침수(5명), 산사태(4명), 도심 하천 사고(2명), 기타(5명) 등이다.



2023년 7월 부산 사상구 학장천에서 집중호우로 실종된 60대 여성을 찾기 위해 로프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스1
지난해 9월 주말과 휴일 이틀 동안 부산에 140㎜가 넘는 비가 내려 동래구 온천천 세병교 하부도로가 불어난 빗물에 잠겨 진입금지 안내판이 내려져 있다. 송봉근 기자
사례별로 보면 2014년 동래구 우장춘 지하차도가 침수되면서 승용차에 갇힌 할머니와 손녀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020년에는 동구 초량 지하차도에 물이 갑작스럽게 차오르면서 고립된 시민 3명이 숨졌다. 산사태와 도심 하천 사고도 있었다. 2019년 사하구 구평동 산사태로 4명이 매몰돼 숨졌고, 지난해 7월 학장천과 같은 해 9월 온천천에서 폭우로 시민 2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이에 부산시는 올해 풍수해 대책 키워드를 ‘지하차도·산사태·도심하천’으로 잡고 집중 관리에 나섰다. 686억원을 투입해 재해 위험지구와 급경사지에 재해 예방시설을 설치한다. 또 호우예비특보나 호우주의보 등 각종 기상특보에 맞춰 저지대 산책로나 지하차도에 대한 선제적 통제 기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시민이 애용하는 산책로인 온천천 벽면에는 산책로를 따라 100여 m 간격으로 대피용 사다리와 구조 요청용 비상벨도 설치했다.

이런 가운데 초량지하차도 침수 사고 관련, 하위직 공무원만 줄줄이 유죄 선고를 받았다. 대법원 등에 따르면 초량지하차도 사고와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당시 부산 동구 부구청장, 담당 계장, 부산시 재난대응과장 등 4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사고 당시 동구청 안전도시과장, 건설과장, 건설과 기전계장과 주무관에게는 고장 난 수위계 연동시스템을 수리하지 않는 등 부실한 업무 처리로 인한 책임이 인정됐다. 1명은 징역형 집행유예, 2명은 금고형 집행유예, 1명은 벌금형이 선고됐고 최근 이들은 퇴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구 초량 지하차도 사고 당시 현장 모습. 연합뉴스
전국공무원노조 부산본부는 지난 2일 성명을 내고 “선고를 받은 하위직 공무원은 누구보다 재난 재해에서 국민의 생명,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라며 “일선 하위직 공무원 사이에선 ‘재난 재해가 발생하면 누군가 또 강제로 공직사회를 떠나게 될 것’이라는 패배주의, 무력감이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노조 관계자는 “재난·재해 현장에서 예방과 사고를 수습하는 일선 하위직 공무원이 턱없는 예산과 인력 배치 등으로 인해 재해를 제대로 예방할 수 없다고 판단할 때, 업무 거부권이 있어야 한다”며 “업무 거부권이 발동되면 재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관장을 비롯한 고위직 공무원 대표, 국민대표, 하위직 공무원을 비롯한 노조 대표가 모여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성욱(we.sung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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