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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측이 수사검사 심문할 판…민주당, 검사 4명 탄핵절차 돌입

이원석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전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특혜 개발 의혹’과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 사건 수사 등을 담당한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2일 발의했다. 탄핵 대상은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한 박상용 검사, 이재명 전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의혹을 수사한 엄희준·강백신 검사,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수사한 김영철 검사 등 4명이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이들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민주당은 탄핵 사유에 대해 강백신 검사는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수사 과정에서 위법한 압수수색을 했으며, 엄희준 검사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재판 당시 재소자를 불러 위증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또 박상용 검사에 대해서는 이화영 전 부지사가 이 전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도록 회유했다는 의혹을, 김영철 검사는 국정농단 사건 수사·재판 과정에서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와 뒷거래했다는 의혹을 들었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검사의 불법·위법한 수사권 남용에 대해 국회가 가진 탄핵권으로 검사의 불법한 행위를 막는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검사 4인의 탄핵안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보고돼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탄핵안을 바로 표결하지 않고 국회 법사위로 넘겨 조사하겠다는 취지다. 친명 일색인 민주당 법사위원 중엔 이 전 대표 관련 사건 변호인 출신 의원도 있다. 국회에서 피고인 측이 검사를 심문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게 된 셈이다. 탄핵안의 법사위 회부는 ‘법사위가 탄핵안의 적절성을 조사한 뒤 본회의에 다시 넘길 수 있다’는 국회법 130조가 근거다. 그러나 지난해 안동완 검사 탄핵소추 과정에선 생략했던 절차다.

이원석 “민주당, 재판권 빼앗아 직접 재판하겠다는 것”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왼쪽)가 2일 국회 본회장에서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오른쪽 둘째) 등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민주당은 곧바로 본회의에 넘겨 탄핵안을 가결했지만 탄핵 소추는 지난 5월 30일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다. 법사위 회부는 정치권에서 “이번에도 기각 가능성이 큰 만큼 탄핵안을 바로 의결하기보다는 검사들을 국회로 불러 최대한 정치 쟁점화하겠다는 의도”(야권 의원)로 해석되고 있다.



이날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례적으로 직접 대검찰청 기자실을 찾아 A4용지 두 장 분량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 총장은 민주당의 검사 탄핵 발의에 대해 “이재명 대표라는 권력자를 수사하는 검사를 탄핵해 수사와 재판을 하지 못하게 만들고, 권력자의 형사처벌을 모면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자리에는 감찰부장을 제외한 대검 차·부장 전원이 동행했다.

그러면서 탄핵안의 위헌·위법 요소들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총장은 “민주당과 국회가 사법부의 재판권을 빼앗아 직접 재판하겠다는 것으로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는 헌법 101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또 ‘국회의 감사·조사는 재판 또는 수사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돼서는 안 된다’고 한 국정감사법(8조)을 언급하며 “민주당의 탄핵 추진은 헌법과 법률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총장은 “검사를 탄핵한다고 해서 있는 죄가 없어지거나 줄어들지 않는다”며 “헌법에서 국회의원도 탄핵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면 직권을 남용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탄핵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바로 정확히 탄핵 사유에 해당할 것”이라고 했다. 입장 발표 후 약 30분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이 총장은 “탄핵 사유는 이재명 대표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민주당 안에서 탄핵 소추안이 심판을 통해 가결될 거라 믿는 분은 거의 없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검사 탄핵이 수사·재판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이 총장은 “현실적으로 지장이 없을 수는 없다”면서도 “대검 검사들을 보내서라도 업무에 지장이 없게 하겠다. 그것이 제 의무고 소명”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이른바 ‘검찰개편안’에 대해서도 “검찰청 폐지 법안”이라며 “실수도, 과오도 있을 수 있지만 고쳐서 써야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검사 탄핵을 남발하는 것은 행정부로부터 사실상 수사권을 박탈하는 삼권분립 훼손 행위”라며 “다수의 힘으로 무조건 밀어붙이는 입법독재 때문에 민주주의와 법치가 낭떠러지 바로 앞까지 몰린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준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탄핵중독 말기다. 미수에 그친 방통위원장 탄핵에 대한 보복이자 화풀이”라며 “‘죄 지은 자 벌 받아야 한다’는 검사의 책임감과 소명감이 민주당의 광기를 반드시 제압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야권인 개혁신당 김성열 수석대변인은 “민주당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검사를 탄핵하는 것은 헌법정신에 위배되며, 이재명 전 대표를 신성불가침의 존재로 만들려는 것”이라는 논평을 냈다.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특정 정치인을 수사했다는 이유로 검사에 대해 보복적으로 탄핵이라는 수단을 내거는 것은 탄핵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사들을 정치적으로 압박하는 모습은 수사기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형사사법시스템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전임 장관으로서 박 장관께 ‘그렇게 살지 말라’는 충고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고, 박 장관은 “충고 감사히 듣겠다”고 응수했다.



유성운.정진우.양수민(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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