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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정치적 사면초가 기시다 총리, 퇴진할까 부활할까

이종국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동아시아센터 소장
최근 일본 정치 상황을 보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기시다 정권의 정치적 운명을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기시다 총리는 위기를 돌파하고 정치적 입지를 회복할 수 있을까. 만약 정치적 재기가 어렵다면, 일본을 이끌 차기 지도자로 누가 등장할 것인가. 국제정치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한·일 협력이 더 긴요해진 이웃 나라 한국도 예의주시해야 할 이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6월 21일 기자회견 도중에 겸연쩍은 표정을 짓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정치적으로 사면초가 상태다. REUTERS=연합뉴스
기시다 총리를 둘러싼 일본의 국내정치 상황은 첩첩산중 형국이다. 자민당은 정치자금 관련 스캔들로 많은 비판을 받았고, 도쿄지검 조사에서 관련 정치인들이 처벌됐다. ‘정치자금 규정법’을 개정해 정치개혁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여전히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자민당은 보궐선거에서 줄줄이 패배했다. 나가사키·시마네·도쿄에서 치른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는 물론이고, 시즈오카현 지사 선거 등에서 패배하면서 집권 자민당의 입지가 축소됐다. 보궐선거에서 패배하면 내각지지율이 떨어지고, 현직 총리는 다가오는 자민당 총재선거에 불출마 아니면 출마하더라도 낙선할 가능성이 높다.

엔저 장기화로 경제 사정도 어려워
1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1달러 당 161.72엔까지 오르며 1986년 12월 이래 37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와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 뉴시스
체감 경제 사정도 거듭되는 엔저 현상으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자민당은 ‘경제 재생-당신이 실감하도록’이라는 슬로건으로 선거에 임했지만, 일본 국민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사상 처음 일본을 추월하면서 일본 정치 지도자들에게 충격을 줬다. 지난 5월 말 서울에서 열린 한·일·중 3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일본 측 전문가는 한국경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왜 기시다 정권은 사면초가 상황에 빠졌을까. 일본 현지 전문가들은 기시다 총리의 지도력이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위기의 시대에 안도감을 주면서 일을 처리하는 능력은 있지만, 큰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수동적인 리더십 때문에 문제를 과감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권의 구심력이 약화하면서 낮은 수준에서 안정을 유지하는데 그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시다 정권은 정치 안정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먼저 후견인인 아소 다로(麻生太?) 자민당 부총재와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기시다 총리는 나름대로 정치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소 부총재와 정치 운영을 놓고 의견대립이 여전하다.

4월 28일 열린 일본 중의원(하원) 보궐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유일하게 후보를 낸 시마네 1구에서 패하면서 ‘부전패(후보를 내지 않음)’를 포함해 ‘3전 전패’를 기록했다고 NHK와 교도통신 등이 보도했다. 제1 야당인 입헌민주당이 3개 선거구에서 모두 승리했다. 이번 선거 결과로 지지율이 ‘퇴진 위기’ 수준인 20%대에 머물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권이 와해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기시다 총리는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재선에 출마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지지율 하락에다 자민당 파벌 해체 등으로 총재 재선의 길은 험난하다. 이런 상황에서 기시다 총리가 의회 해산권을 행사할지 주목된다. 지난 6월 23일은 국회 회기말이었다. 이제부터 중의원 임기가 만료되는 2025년 10월 30일 사이가 의회를 해산할 기회다. 지금부터 15개월 안에 중의원과 참의원 선거를 준비한다면 선거의 간판 얼굴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같이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총리로는 이기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다.

자민당, 정권 내준 2009년보다 상황 나빠
앞으로 기시다 정권의 운명은 어떻게 전개될까. 거듭되는 자민당의 선거 패배와 총리의 낮은 지지율을 보면 비관적이다. 향후 기시다의 정치적 운명은 최악의 경우 2009년 8월 당시 아소 총리에 의한 의회 해산과 선거 참패, 민주당 정권 수립으로 이어진 경우와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지도 모른다. 지금 상황은 2009년보다 더 심각하다는 진단도 있다.

그렇다면 기시다 총리의 중의원 해산 및 총선이라는 기사회생 전략은 성공할까. 기시다의 후견자였던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지난 2022년 7월 총격으로 갑자기 사망하고, 자민당 파벌이 정치자금규정법 위반으로 해산한 충격의 여파가 크다.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재선을 향한 구심력을 회복하고 지지 세력을 결집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선택지가 제한적이다. 자민당 파벌 해체 이후 처음 치러지는 총재 선거인데 각 파벌의 역학관계가 붕괴한 상태다. 파벌 리더가 정치자금이라는 실탄을 잃으면서 파벌 해체가 가속화되는 상황이다.

아소 부총재와 스가 전 총리 역할 주목
오는 7일 도쿄도(東京都) 지사 선거가 치러진다. 자민당을 탈당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지사가 3선을 노리고 있다. 도쿄 지사 선거가 주목받는 이유는 일본 정국을 움직일 수 있는 선거이자 각 정당이 지원과 지지를 표명하면서 기시다 총리의 의회 해산 전략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음 중의원 선거의 전초전으로 여겨지면서 수면 아래에서 여야 정당들이 지원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보수와 진보의 한판승부다. 문제는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 저하와 정치자금 문제로 자민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가운데 치러지기에 자민당으로선 불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파벌을 유지한 아소 부총재와 무파벌의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가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경쟁하면서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위쪽부터 아소 부총재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일본 총리. 연합뉴스
만약 기시다가 퇴진할 경우 ‘포스트 기시다’는 누구일까. 다가오는 자민당 총재 선거는 다음 두 대형 선거의 간판 얼굴을 뽑는 측면이 강하다. 포스트 기시다를 노리는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파벌을 유지한 아소 부총재와 무파벌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가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경쟁하면서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가 전 총리는 기시다 총리의 정치 책임론을 주장하며 자민당이 처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 경제 재생’을 주장한다. 이런 과제를 실천할 인물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 자민당 의원,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자민당 간사장 등이 거론된다. 자민당 총재 선거를 보면 기존 파벌과는 달리 향후 자민당 권력 구조가 어떻게 형성될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023년 3월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확대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한·일 양국은 지난해 3월 윤석열 대통령이 화해의 손을 내밀고 기시다 총리가 화답하면서 신뢰 회복과 정치적 안정으로 밀월관계를 유지해왔다. 동북아를 둘러싼 위협적인 안보 환경에 공동으로 대응해왔고 상당한 협력의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기시다 총리 끌어내리기가 진행되면서 총리의 리더십이 약화하고, 자민당의 내부 결속력이 이완되면서 자민당의 인기는 최악 상황을 맞고 있다.

이런 일본 국내 정치 상황 변화는 한·일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이다. 따라서 윤 정부는 2025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한·일 관계가 외풍에 흔들리지 않도록 반석 위에 올려놓을 고민을 해야 한다. 셔틀외교로 다진 안보 협력의 틀을 유지하고 미래지향적 관계로 발전시킬 지혜를 모색해야 할 때다.

이종국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동아시아센터 소장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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