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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선곡도 똑같다? 6·25 위안공연 표절 의혹…"자식 뺏긴 심정" [이슈추적]

최근 경남도가 보훈음악회 형식으로 진행한 ‘6·25전쟁 74주년 행사 및 참전용사 위안행사’가 표절 의혹에 휩싸였다. ㈔충무나라사랑공연단(충무공연단)이 수년 동안 기획·제작해온 보훈음악회 공연 내용을 베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충무공연단은 “자식을 빼앗긴 심정”이라며 이번 행사를 주최한 경남의 한 문화예술단체와 표절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행사를 강행한 경남도를 경찰에 고소했다.


지난달 25일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6.25전쟁 제74주년 행사 및 위안행사' 공연 모습. 사진 ㈔충무나라사랑공연단
공연 형식·프로그램·선곡마저 같아…
2일 경남도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위안행사(호국보훈음악회)는 경남도 공개모집으로 선정된 A단체가 맡았다. 도는 지난 3월 21일부터 4월 4일까지 공모를 진행했고, A단체가 단독으로 응모해 4월 8일 선정됐다. 예산 규모는 9000만원이었다. 그런데 A단체가 공모 당시 제출한 행사 기획안이 충무공연단의 공연 큐시트(cue sheet) 거의 비슷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두 기획안을 보면 4부로 구성된 공연 형식과 군악대 협연, 영상활용 등 연출방식이 거의 동일하다. ‘1부 전쟁과 영웅’, ‘2부 한강의 기적’, ‘3부 Power of Korea’, ‘4부 인류를 위하여’ 등 각 부 명칭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다. 주요 프로그램도 ‘학도병의 편지’, ‘이산가족’, ‘UN 참전용사 메시지 영상’, ‘태권도 시범단’ 등으로 같았다. 선곡도 ‘뮤지컬 영웅’, ‘군가’, ‘아름다운 나라’ 등 선곡에서도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충무공연단 기획안은 2016년 창단 이후 공연 방식이라고 한다. 실제 지난해 10월 국가보훈부가 후원하고 ㈔한국전쟁현충사업회가 주최·주관한 ‘정전 70주년 기념 호국보훈음악회’에서 충무공연단이 진행한 공연 기획 내용이기도 하다.



㈔충무나라사랑공연단의 공연 기획안(왼쪽)과 경남도 공모에 제출한 A단체의 기획안. 지난 1일 ㈔충무나라사랑공연단은 기자회견을 열고 A단체를 향해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자료 ㈔충무나라사랑공연단
표절 의혹 제기…“하루아침에 자식 도둑맞아”
송미미 충무공연단 이사장은 지난 1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슷한 정도가 아니라 거의 복사 수준으로 베꼈다고밖에 볼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랜 시간 고민 끝에 탄생한 자식과도 같은 공연인데, 하루아침에 내 자식을 도둑질한 것과 같다”고 했다.

이번 경남도의 보훈음악회를 준비한 A단체의 B씨는 국악인으로, 충무공연단이 기획한 공연에 몇 차례도 참여했다. 이 때문에 충무공연단 공연 방식과 내용을 잘 알고 있다는 게 송 이사장의 주장이다. B씨는 충무공연단 공연 기획안도 사전에 확보하고 있었다는 정황도 있다.

송 이사장은 “지난해 3월 B씨가 경남의 모 단체 회장으로 취임하는 자리에서 ‘보훈단체들과 연결해주겠다’며 공연 기획안을 요청, 메신저로 파일을 보내줬다”며 “대표와 단원으로 신뢰하는 관계였는데, 이렇게 무단으로 사용할 줄 몰랐다”고 했다.

지난해 3월 송미미 ㈔충무나라사랑공연단 이사장이 B씨에게 호국보훈음악회 기획안이 담긴 파일을 보낸 메시지 기록. 사진 송미미 ㈔충무나라사랑공연단 이사장
이에 B씨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런 파일이 있는지 몰랐다. 진짜 못 봤다”며 공연 기획안 작성할 때 참고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양측 기획안이 유사한 것과 관련해서는 “표절이라기보다는, 6·25 참전 영웅을 위해 고민하다가 (앞서) 공연했던 것 가운데 좋은 단어를 생각해서 작성한 것”이라며 “영상이나 퍼포먼스 등 좋은 공연 내용은 다른 행사에도 쓸 수 있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리 알렸지만…경남도 “행사 중단 못해”
충무공연단 측은 이번 행사가 열리기 닷새 전인 지난달 20일 경남도에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도는 행사가 임박했고, 참전용사 500명을 초청한 상태여서 취소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도는 일부 내용을 바꿔 공연을 진행했다. 당시 송 이사장과 만난 도 관계자는 “참전용사 평균 나이가 90대다. 500명이나 초청했고, 행사 팸플릿도 다 나온 상태여서 행사를 중단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충무공연단 측은 지난 1일 B씨와 경남도 공무원 4명 등을 저작권법과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소했다. 표절 의혹을 알면서도 행사를 진행,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행정 신뢰를 훼손했다는 게 충무공연단측 주장이다. 도는 “법원의 판결로 표절 여부가 결정되면 보조금 환수 등 법적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대훈(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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