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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급발진 제조사 책임’ 판례 0건…“입증 책임은 고객 몫”

서울 시청역 부근에서 지난 1일 발생한 대형 차량돌진 참사와 관련, 급발진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가해 차량 운전자 차모(68)씨는 “100% 급발진”을 주장하는 반면, 일부 전문가는 현장 영상을 토대로 “급발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 교수)는 의견을 내면서다.

지난 1일 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경찰이 완전히 파괴된 차량 한 대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로선 누구의 말이 맞는지 알 수 없는 만큼, 사고 원인이 운전자 과실이냐 차량 결함이냐는 논쟁은 향후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역대 급발진 사건 법정 공방을 보면 그러나 운전자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매우 적다. 현행 제조물책임법 3조의2(결함 등의 추정)는 결함 추정에 대한 입증 책임을 제조사가 아닌 피해를 본 고객이 지게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제조사 과실을 인정한 대법원 확정 판례 역시 지금껏 전무하다.




2022년 12월 강원 강릉에서 KG모빌리티(당시 쌍용자동차)가 만든 2018년식 티볼리 에어 급발진 의심 사고로 이도현(당시 12세)군이 사망한 사고의 손해배상 소송은 아직 1심이 진행 중이다. 운전자인 할머니가 “아이고 이게 왜 안 돼”라고 외치는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됐지만, KG모빌리티는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 가능성을 주장 중이다.


2022년 12월 6일 강원 강릉시에서 A(68)씨가 몰던 차량이 앞선 차량을 들이받고 600미터 가량을 질주하다 도로 옆 지하통로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 강릉소방서
2016년 8월 부산에서 물놀이를 가던 일가족 4명이 숨진 부산 싼타페 사고는 제조사(현대자동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ㆍ2심 모두 패소했다.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운전자가 택시 기사 출신인 데다, 정상 주행하던 차량이 갑자기 빨라지는 블랙박스 영상도 공개됐으나 법원은 “착오로 가속페달을 밟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항소심 단계지만 제조사 책임이 인정된 경우도 있다. 2018년 5월 호남고속도로에서 BMW를 몰다 급발진 의심 사고로 운전자 부부가 사망한 사건은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유족이 패했으나, 2020년 11월 2심 재판부는 “BMW코리아는 유족에게 각 4000만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사고 발생 이틀 전 BMW코리아 직원이 차량 점검을 한 점, 시속 200km 고속 주행 중 비상 경고등이 작동된 점, 사고 이전 운전자가 과속으로 과태료를 부과받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결국 차량의 결함으로 인한 사고라고 판단된다”는 것이었다. 이는 2심에서 제조사 과실이 인정된 유일한 사례로,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민사가 아닌 형사재판의 경우 운전자 무죄가 나는 경우는 더러 있다. 다만 이는 무죄 추정의원칙 하에 피고인(운전자) 과실을 검사가 입증해야 하는 형사재판 특성에 기인한 것일 뿐, 제조사 책임을 인정한 판결은 아니다. 2005년 11월 서울 마포에서 벤츠를 몰다 10중 추돌사고를 낸 대리운전기사 박모씨에 2008년 무죄 판결을 내린 대법원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만 판단했다.

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시청역 인근 차량 돌진 사고 현장에 2일 추모의 뜻을 담아 시민들이 놓아둔 국화가 보인다.. 김성룡 기자
교통사고 전문 최충만 변호사는 “차량 내부 EDR(사고기록장치)로 사고 직전 결함 여부를 조사해볼 수 있지만, 이 역시 결함 가능성이 있다”며 “차를 가장 잘 아는 제조사를 상대로 고객이 결함을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자동차 정비 명장 박병일씨도 “급발진은 증거 확보가 어렵다”며 “입증 책임을제조사에게 일부 지우는 방향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영.최서인.강대석.김한솔(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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